전문가 칼럼

패시브하우스의 의의

M 관리자 9 6,523 2011.07.29 14:52
국내에도 어느 덧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passivhaus)라는 이름이 낮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독일이 이정도의 궤도에 오를 때까지 약 9년 정도가 걸렸으니. 우리가 상당히 빠른 편인 듯 합니다.

패시브하우스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패시브하우스는 우선 쾌적한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온도, 공기질에서 출발하여 곰팡이, 결로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또한 주지하고 계시다시피 난방에너지도 극히 적게 들이고 생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 두가지보다도 다른 것에 패시브하우스의 의미를 두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부에 대한 관심입니다.
지금 껏 우리나라는 건물의 겉모양에만 온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화려한 외관 또는 고급소재에 대한 집중이 그렇습니다. 
물론 보기좋은 떡이 먹기좋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여기엔 먹을 수 있는 떡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즉, 우리의 단독주택은 모양만 좋고 먹을 수 없는 떡만을 만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내부로의 관심"은 크게 세가지의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하는 노력입니다. 
패시브하우스는 단순한 형태를 요구합니다. 단열재를 두껍게 하는 것보다 형태가 단순해 지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형태가 단순해 지면 당연히 공사비도 적게 들어가게 되며, 외관디자인에 보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내부에 사용할 여유가 생깁니다. 건축설계를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단순한 외관일 수록 내부의 공간을 구성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고민이 많아 질 수록 내부 공간은 더 풍요롭게 됩니다. 

둘째, 성능을 위한 디테일을 그리게 됩니다.
모양을 위한 디테일이 아닌 목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디테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비록 초기에는 열적 성능에 집중되지만, 하다보면 방수, 균열등의 하자를 바로잡기 위한 고민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디테일도면이라는 것이 어느 한 기능만을 담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다 보면 패시브하우스 이전에 집다운 집을 위한 도면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스스로 알 수 있습니다.

세째, 정량화에 눈뜨게 됩니다.
막연히 "좋다"라고 표현되던 건축시장이 "숫자"로 표현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시장이 정량화가 되면 브랜드네임으로 물건을 팔던 시대에서 성능으로 물건을 파는 시대로 접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번 중소기업상생을 외치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것이 제대로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이 정성적시장에서는 사장되는 일이 빈번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와 건축가가 "숫자"를 보고 물건을 구입한다면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제품이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저절로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어질 것입니다. 
이는 패시브하우스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무수히 많은 순기능을 낳을 것입니다.

패시브하우스보다 집다운 집을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려움을 자주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 이전에 위의 세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서 우리는 제대로 된 패시브하우스를 가졌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Comments

3 이성원 2011.07.29 21:04
공부(?)삼아 캐드도 인터넷을 통해 한 달 가량 조금씩 배우고 벽체를 그릴 수 있게 되자
내 맘대로 가당치 않은 공간분활을 해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외관은 확실히 내부공간 배치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더군요.
그나마 그 동안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이 적지 않아 네모난 내부가 그닥 낯설진 않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니라 나에게 이로운 주택이어야 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하니
즐거운 반면 여간 머리 아픈 게 아닙니다. 얻는 다고 생각 되는 부분 이상으로
그 동안 고정화 되었던 많은 부분을 포기 해야하더군요.
마치 내 몸을 위해 채식을 택한 후 좋아하던 갈비를 머리 속에서 지우기란 여간 힘들지 않은 것 처럼 말이죠.
그래도 패시브건축 협회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희망이 보입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드나들고 있습니다.
집다운 집은 사람다운 삶을 안겨 줍니다.
M 관리자 2011.07.30 16:45
그렇죠.. 쉬운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달만에 캐드를 활용하신다니 놀랍니다.
G 권현효 2011.07.30 17:00
직접설계를 하는 입장에서도 극히 공감을 하는 부분입니다. 단순할수록 더욱 풍성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평면 연구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낍니다.
우리가 경험해온 아파트평면이외에 단순한 외곽안에서 더욱 다양한 공간구성이 이루어져서, 단순한 형태에서도 충분히 다양하고 재미있는 생활이 가능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줄수 있어야 할 것같습니다. 기존에 에너지를 생각하지 않은 주택의 평면은 오히려 사용자의 요구와 건축가의 욕망이 방향없이 무분별한 디자인만을 양상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협회의 노력이 앞으로 많은 건축문화와 삶의 질을 한층 고양하는 결과로 하나둘 이어지길 바랍니다.
1 김용철 2011.07.31 17:15
처음에는 열적으로 접근했다가, 협회의 글을 계속 읽으면서  다시 깨우쳤습니다.

가진 사람들에게 기름값, 전기세에서 느끼는 저항감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쾌적한 삶의 공간제공. 들을 때마다 배울점이 있고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G 아는거없는애 2011.08.10 00:56
명심하겠습니다. 건물 외관이 왜이렇게 단순하냐고 교수님이 물으신다면 내부에 충실했음을 증명해야겠어요.
1 신영진 2011.08.17 17:20
협회 홈페이지에 로그인하고 새로운 글들이 있나 둘러보다가 제가 느낀점 몇가지를 적어봅니다.
제가 이번에 제천에 부모님집을 지으면서 제가 교육받은 내용을 토대로 계획하고 집을 지어봤습니다.
30평 주택인데 형태가 단순해지고 외단열 공법을 적용하다보니 제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마을회관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네요 ^^. 저 자신은 그 형태에 대한 당위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이해하기 힘든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소한 창호도 조금은 적응이 필요하고 거실창같은 경우에는 틸트 앤 슬라이드라서 괞찮은데
방창은 틸트 앤 턴으로 시공했는데 단열선을 맞추다보니 내측 옹벽에 걸려서 90도 밖에 열리지 않는 것도 조금 불편하네요.
올 여름엔 비가 많이와서 지붕 방수에도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이 집이 진가를 발휘할것이다 " 하고 벼르고 있는데 제가 간과한 또다른 요소들로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패시브 요소들은 고급 주택들보단 평범한 서민들 주택에 더 절실하다는게 제 생각인데 그 인식의 변화는 더딜것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는 강요는 못하지만 계속해서 건의하고 적용시켜 나갈라구요.
제 의지에 힘이되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
다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M 관리자 2011.08.17 22:05
신영진선생님.. 어려운 결심을 하시고 실천하셨네요...
겨울이 채 오기전에 진가를 아실 수 있을 실 것입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마을회관".. 저도 보고 싶습니다. 언제 한번 협회 모임에 오셔서 경험담을 들려 주시면 영광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 최진욱 2013.09.12 12:31
단순한 외관과 내부에 신경을 쓰는 건축설계..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렇게 짓고자 해왔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제가 생각한 것이 괜찮은 방향이라고 확신해봅니다.
단순한 것이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1 이경현 2014.01.07 10:18
아파트를 패시브하우스 조건에 만족하는 구조체를 분양하고
(현재 LH 등에서 토지를 건설사에 분양하는 것을 좀 더 나아가면 될 수도 있는 것)
내부는 입주자(거주자)가 건축가의 도움으로 설계 시공하는 방안은???
꿈 같은 이야기 인가? 현실과 너무 괴리가 있는 이야기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