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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의 바른 정의

2 ifree 4 1,547 2017.06.24 10:55
20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년도를 두자리로 저장해온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인구에 회자되는 시절 그룹 경제연구원에 재직하던터라 넘들 다 바쁘게 한건씩 챙기는 분위기고 해서 저 역시도 뭐 임팩트 있는 건수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자에게 올리는 짧은 brief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작은 반향이 있었던 건입니다.
제가 디테일은 좀 어눌하지만 대신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좀 독특해서 윗분이 따뿐하면 제게 뭐 읽을거리 좀 만들어 와라 했습죠.
제목은

'규격의 시대는 저물고 권위의 시대가 온다'

KS, JIS, ASTM 등으로 대별되는 20세기는 '규격'의 시대입니다.
20세기는 공표된 규격이 있었고 누가 어떻게 만들던 [규격을 만족하면 같은 가치]로 매김되는 사다리가 지배하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그 보고서는 신선했었다고 기억됩니다.
받아던 연구원 원장님은 '허꺽' 하는 눈치가 역력했고 이후 그룹의 정책기조로 채택되었습니다.
새로운 세기에서는 규격은 무력화되고 '권위'가 지배할 것으로 저는 예측했습니다.
예측한 바 대로 시대는
규격의 '승인'은 사라지고 권위가 주는 '인증'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존재물의 실체가 무엇인가?는 부차적이고 가치의 기준은 '[누가] 그것을 확인하고 [인정]했느냐?'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근데,
21세기가 도래한지 17년이 지났건만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맨날 '인증'을 입에 달고 살지만 가슴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규격은 획일화된 하나의 답입니다.
허나 인증은 요구하는 퍼포먼스에 대응하는 수만가지 답을 허용합니다.
더는 하나의 답으로는 개선을 이룰 수 없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고정된 하나의 '규격'이 가치의 중심에 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가 무엇이냐? 는 정의만 봐도 그렇습니다.
뭡니까?
단열, 기밀, 환기, 차양, 만족하면 패시브하우스인가요?
독일에서 그런 패시브하우스는 단 한채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게 근본적으로 아주 바닥부터 독일과 우리가 다릅니다.
근데, 뭐가 다른지 모릅니다.
그들의 중심에는 '인증'이 있고 우리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규격'이 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란 무엇인가?

혹 우린 여전히 지난 세기의 패러다임에 젖어 있는 건 아닐까요?
여전히 규격이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왜 모두들 PHI 이름에 한다리 못 걸쳐서 안달들을 하는지요?
세상의 틀이 바뀐지 한참 되었습니다.

기술자료에 있는 패시브하우스의 조건과 규격은 패시브하우스의 필요충분 조건이 아닙니다.
단지, 권위를 지탱하는 하위 개념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정의부터 뿌리째 바꿔야 합니다.
예시하면, 그 첫머리는
'현존하는 기술로 실현 가능하다고 선언한 아래 규격을 만족함을 한국패시브건축협회로 부터 인증받은 건축물'이 될 수 있겠죠.
받아주던 아니던 협회의 선언은 그러해야 합니다.
그 디클레어를 전면에 세우고 정면 승부를 내야 합니다.
그게 이 시대 가치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표시 선언이 시장의 신뢰를 기반으로 살아있는 권위를 가져야 하겠죠.

Comments

M 관리자 2017.06.24 11:14
저희 협회도 사실 규격과 인증사이의 갈등, PHI의 명성에 기댄 기회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독일과 그 흔한 메일하나 주고 받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유명사가 되려 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갈대숲만 되어도 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패시브하우스의 한국 번역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열 가둔 집"
1 이장희 2017.06.24 12:58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 후발주자는 '나'와 '나 아닌 다른 것'으로 시장을 둘로 가르고
그 기준에 끊임없이 '나'를 맞춰가는 결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국면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아마 관리자님은 충분히 인지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난관일 것 같습니다.
M 배성호 2017.06.24 16:04
어려운 문제네요. 선구자 역할을 해준 PHI가 고맙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맹종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따지고 보면 PHI가 국가 기관도 아니고 꾸준히 크레딧을 쌓아온 사설 연구소의 하나에 불과하니까요.

저 또한 이 부분이 몹시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오기로 Energy# 개발을 시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에너지샵은 PHPP에 못지 않은 해석 플랫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PHPP에 비해 내부발열치, 온수사용량, 수분공급량 등 기준이 미비한 부분이 너무도 많습니다. 특히 독일과는 여름의 조건이 판이하게 다른데도 아직까지 냉방기준 하나 자신있게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리서치가 따라가주어야만 합니다. 지어진 건축물의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하고, 첨예한 이슈들을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논문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학계는 이러한 이슈에 큰 관심이 없고, 협회 또한 고군분투하고는 있지만 자체 연구를 진행할 여력은 없는 듯 보입니다. 결국 국가에서 틀을 잡아주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쉽고 또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네요. 그렇다고 정부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고 방관하는 것도 생산적인 접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1 홍도영 2017.06.24 19:52
사실은 어쩌면 간단한 이슈입니다. 국가에서 어떤 에너지 절감법을 통과시키려면 그 기초법안을 각 관련연구소나 그런 곳에 보내서 그 의견을 청취하고 그 제안을 듣고 수정하는 방안으로 형식이 아닌 실제 효율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현재 국가기관에서 채택한 하나의 프로그램에만 맡기는 기 현상이 아니라 어떤 알고리즘을  따라 제작된 소프트웨어는 모두 인정하고 이를 어느 일부가 아니라 소정의 자격이 되는 모두에게 권한을 나눠줘야 합니다. 그들에게 또한 완벽을 기대하면 물론 안되갰죠. 시간이 급하다보니 반쪽짜리 법안을 통해 일정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을 패시브하우스 공법으로만 짓는다고 하지만 그 네거티브한 결과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기에 기대반 우려반 입니다. 국가에서는 말씀데로 틀만 잡으면 됩니다. 그틀이 시간에 못이겨 급히 조성이 되면 처음에는 그 효율이 있으나 일종의 숫자와 서류에 국한될 위험이 높기에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책임아래 전문가로서 설수 있는 바탕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도 만들고 전문가의 의견이 제대로 설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본 기준은 제시하는 것은 국가가 하지만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일선의 전문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인 로두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단독주택 처럼 간단한 건물에도 총량제를 적용할 상태가 아닌 나라에서 공동주택에서 패시브를 하겠다? 당연히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가는게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