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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appy Happy

G 지배철행간독 2 1,932 2017.12.22 07:21
<누렁이 흰둥이>
저는 동물애호가에 가깝습니다. 오늘, 아니 어제군요. 동물병원에 갔더니 입구에 떡하니 영어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특성이다"라고 대문짝만하게... 근데 영어문장은 기억이 안되고, 번역본 한국어만 생각납니다. 구식 영어교육을 받은 세대의 한계 같습니다. 일단 해석하고 보는 본능. 해석 끝나면 원문은 잊어버려요.
집에서도 여러 동물을 많이 키웠습니다. 개 고양이 닭. 그리고 할아버지 손잡고 자주 갔던 시골에서는 송아지, 하얀색 염소, 시커먼 돼지.
암소는 참 웃겨요. 자기 이뻐해주는건 좋아하면서 송아지 이뻐하려고 하면 화를 내요. 제 새끼 잡아먹을까봐 그러나 봐요. 송아지 만지려고 하면 들이받으려고 합니다. 무서워요.
제일 많이 키우고 접해본 동물은 개죠. 이름도 없던 누렁이 흰둥이들... 집에서 키우다 여름이면 온 가족이 강아지 동반해서 소풍갑니다. 워커힐 호텔 뒷편 산 속으로... 정신없이 놀다보면 어느 순간 강아지는 안보이고 가져오지 않은 고깃국이 떡... 맛있게 먹고 강아지가 생각나서 "누렁이 어디 있어?"하고 물으면 "도망 갔어"라는 답을 듣고는 엉엉 울며 집으로 왔습니다.

<john & mary>
예전에는 강아지 이름이 대부분 '쫑' 아니면 '메리'였습니다. 숫컷이면 쫑, 암컷이면 메리. 처음으로 키워본 식용이 아닌 애완용 강아지의 이름은 그래서 쫑이었습니다. 흰색의 조그만 강아지였는데요 연탄가게하는 친구집에 강아지 동반해서 놀러간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검정강아지로 변신한거죠.
집에 와서 강아지 목욕을 시키고 방에서 놀고 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 예전 어른들은 짐승을 집안에 들이는 것을 싫어하셨습니다. 그래서 한겨울에 털도 제대로 못말린 강아지를 사과상자(나무로 된)에 넣어 바깥에... 아침에 보니 얼어죽었습니다.

<불행했던 해피 이야기>
흔히 볼수있던 백구였습니다. 떠돌이 개였죠. 친구들이 괴롭히기에 착한 제가 말렸습니다. 그리고 몇번 어루만져 주었더니 졸졸 따르는겁니다. 집까지 따라 오기에 밥도 주고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해피'라고... 떠돌이 개 출신이라 식탐이 엄청 났습니다. 배가 터지도록 먹는 놈이었죠.
해피와의 해피한 시간이 며칠인가 이어졌습니다.
아버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셨습니다. 모든 개는 식용이신 분이었습니다. 비쩍 마른 개가 탐탁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게다가 해피가 저녁에 밥을 지나치게  먹고 구토를 했습니다. 생선반찬이 섞인 잔반이 원인일 수도 있고요. 노발대발하신 아버님이 재수없게 무슨 개를 주워왔냐고 당장 내다 버리라고...
그날 밤 해피를 먼 개천가에 버렸습니다. 해피가 집을 찾아 왔습니다. 더 먼 개천가에 강아지가 올라오기 어려운 계단이 있는 제방을 내려가 해피를 버렸습니다. 울며 잠 든 그날 밤 무심하게도 하늘은 폭우를 뿌렸습니다.

Comments

M 관리자 2017.12.22 17:05
흔하지만... 언제나 슬픈 이야기네요.
연말 지나고 새해되면....
지금 키우고 있는 강아지
안락사를 결심했어요.
그래서 갑자기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