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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조정에 대하여...

3 이명래 2 1,657 2016.06.06 22:42
집짓는 도급공사를 했더니 잔금받기가 어려워서(더러워서 라고 표현했습니다...ㅎ)빌라를 지어 판다는 선배가 있습니다.
건축주가 무슨 핑계를 대서든지 미적거리며 정산을 해주지 않는데 아주 질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 심정을 대강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돈 주는 사람의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은 기대하는 품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전 계약 시 조목조목 세밀하게 하지 못하고 대강대강 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웃고 시작한 공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계약 내용보다 더 해달라는 것도 그 내용에 미치지 못하게 짓는 것도 모두 계약 내용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하여...
금년부터는 추가공사에 대해서는 '정산할 때 감안할게'라고 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문서로 오가야 하며, 공동주택 하자기간도 현재 적용하는 법령을 다른 법으로 대체한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는데 이는 각 공종별 하자기간을 일정 정도 늘리겠다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국내 굴지의 업체에서 시공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방수와 관련된 현장실사를 했습니다.
넓은 바닥을 시멘트 액체방수로 시공하고 그 위에 누름 모르타르를 타설하여 보호층을 시공했는데, 그곳에서 아랫층인 상가로 물이 샌다는 누수 하자였습니다.
 
방수공사를 한 시공업체도 신기술을 몇 건 보유한 방수공사 전문업체로써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회사였는데, 당사자들 간 누수하자와 관련하여 많은 공문이 오고 갔으며 그 내용은 '적정하지 못한 시공법이었기 때문에 시공상 문제가 아닌 설계적 문제다'라고 한 시공자 측 의견과 '그렇게 적정하지 않은 공법을 인지하고도 개선안을 제시한 적이 있었는냐?'라는 복잡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단순한 내용들이었습니다.
 
<현장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내용 중 한 토막입니다.>
분규의 원인.jpg

그런데 웃기는 것은 얼굴없이 오고 가는 것들 즉, 통화나 공문으로 그렇게 으르렁거리던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만나 현상을 확인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거기서 중요한 것이 중재자 역할입니다.
 
보증사 담당자가 주로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제 역할은 현상을 확인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다음, 메모했던 내용들을 죽~~~ 읽어주면서 '더 하실 말씀들이 있으면 지탄없이 의견을 개진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면서 마무리를 합니다. 이 자리가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관련 당사자들 모두 내가 뭘 잘못했는가부터 반성하고,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시라'는 토를 달아서...
 
그리고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서 같이 밥을 먹게 되면 중간자적 역할을 해야 하는 제가 밥값을 내는데, 이는 '누가 밥을 사서 그쪽으로 기울인 의견을 냈다'라는 어느 한 당사자로부터의 불만을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그 날도 그런 과정이었습니다.
시공자 측 담당자가 연륜도 있었지만 주장이 워낙 강해서 밥먹는 자리에서 까지 관련된 부분에 대한 해석을 해야 했는데, 식사를 마친 후 시공자 측 담당자가 밥값을 내겠다고 일어 선 것을 보면서 '적정선에서 합의를 하겠구나'라고 생각을 한 것은 한 당사자가 마음이 누그러듦으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밥값은 제가 처리했습니다.
 
<책 표지가 너덜너덜 할 정도로 읽었던 책 "건설경영공학(기문당)" 내용 중 발췌한 것입니다>
적대감 곡선.jpg

현장실사가 끝난 후, 저를 위촉한 기관의 직원들이나 분쟁 당사자들에게 가끔씩 한  마디씩 해 주는 말이 있습니다. '분쟁 잘 처리하는 것도 기술'이라는 것인데 이는 자기 주장에서 한 발자국씩 물러서라는 뜻으로써, 상호간 불신이 깊어가면 적대감이 커지고 비용 또한 증대되므로 이를 피하라는 것입니다. 
 
 
 

Comments

2 이에코건설 2016.06.08 08:35
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저또한 소송으로 여러번 겸험한일인지라...............
인간의마음이 !
마음속깊이 새기도록하겠읍니다.
G 이명래 2016.06.08 22:59
오늘도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밥값은 원수급자 측 담당자가 지불을 했는데, 액수가 적었으면 제가 냈을텐데 여러 사람이라서 적잖게 나와서 제가 한 발 물러서 양보(?)를 했답니다.

실은...
이전에도 저와 같이 현장실사를 같이 했었고, 원.하도급 당사자 모두 현상에 대한 이해를 했기 때문에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