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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습 생활

2 ifree 8 2,042 2020.10.01 21:24

필자가 습득한 RC조 패시브하우스에서의 냉방기를 이용한 슬기로운 제습 생활에 대한 견해이다.

주택의 특징에 따라 다르게 구현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나 이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므로 하나의 사례로 참고하면 좋겠다.

정밀한 추적 데이타를 갖추고 작성된 페이퍼는 아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상당히 의미있다고 보여서 화두를 던진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패시브하우스에서 여름철 제습은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는 문제를 제기해온 바 있다.

이번 여름이 유난히 장마기간이 길어 잠열부하가 현열에 비해 상대적 우위에 있기도 해서 특별히 본문을 적어본다.

본문의 내용은 에어컨디셔너(냉방기)만을 이용하여 RC조 패시브하우스의 현열부하와 잠열부하(제습부하)를 동시에 만족한 수준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한가? 에 대한 답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바 있고 그 이유는 냉방기의 현열과 잠열처리 비율과 패시브하우스에서의 현열/잠열 부하 비율의 미쓰매치에서 발생한다고 이전의 글에서 여러차례 거론한 바 있다.

오늘 그 결론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가 에어컨이라고 부르는 냉방기에는 냉방모드와 제습모드라는 것이 있다.

그럼,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에서 에어컨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가동될까?

이 의문에 대한 답과 오늘의 주제 글이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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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 중 파란색 펄스선은 인버트가 없는 냉방기의 냉방모드에서 에어컨의 작동 방식을 예시한 것이다. 설정온도 상하에서 온 오프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녹색선은 제습모드로 작동할 때의 온오프 상태를 예시한 것이다.

즉, 평균온도는 둘다 25도로 똑 같지만 제습모드에서는 상하 온오프 온도 범위가 냉방모드에 비해서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제습 능력을 더 확대하기 때문이다.

왜일까? 

에어컨에서 제습이 일어나는 기작은 증발기가 작동하는 과냉 시간대에서만 실제로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증발기가 작동할 때 에어컨내 열교환쎌은 10도 이하로 과냉되고 이때 공기 중 습기가 활발하게 제거된다. 

증발기가 꺼지면 제습은 아주 약하게 되거나 거의 안 된다.

패시브하우스 생활을 경험한 분들은 에어컨이 작동된 초기에는 실내 습도가 떨어지다가 온도가 평형을 이루고 나면 다시 습도가 70% 이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경험하였을 것인데 그 이유가 위에 있다.

RC조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이런 정도의 제습모드로도 현열과/잠열 부하를 동시에 제거할 수는 없다.

일반 주택에 비해 잠열부하(제습부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방법은 제습 온도 편차를 더욱 확대하는 것에 있다.

즉, 붉은 선으로 표시된 정도로 범위를 확대해서 온/오프를 반복하면 에어컨에 미리 설정된 제습모드보다 같은 에너지로 더 많은 잠열 부하만을 선택적으로 처리해 낼 수가 있게 된다.

의문이 생기게 된다.

제습이 잘 된다니 그건 좋은데 그람 실내 온도가 28도에서 22도로 열탕 냉탕을 오간다는 것인데,  그게 좋은 실내 환경이란 말인가?

그렇다.  사실 필자도 냉방기의 제습 기작은 진즉 알고 있었지만 위의 모순점 때문에 선택지에서 배제한 바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특히 우리집의 경우 냉방기의 국부 온도가 실내 전체계에 즉각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한번 실험을 해보자고 나선 것이다.

결과는 괜춘했다.  아니 예상을 뛰어넘는 만족을 되돌려 줬다.

위 예시는 에어컨의 제습 기작을 설명하기 위해 도시한 개념도이고 이제 실제로 필자가 운영한 사례를 적시하겠다.

실내 습도가 63%에 도달하면 에어컨을 최하 온도로 설정하고 2시간을 연속 가동하였다.

즉, 그 2시간 동안 중단없이 증발기는 연속으로 가동되고 전력도 표시된 소비전력 그대로 풀로 투입된다.

실내 습도는 55% 이하로 즉시 떨어진다.

다시 실내 습도가 63%에 도달하면 같은 시퀸스를 반복하였다.

이렇게 한 결과 이번 여름 내내 실내온도는 24.5~25도 사이에서 컨트롤 되면서 실내 상대습도 또한 55~63% 사이로 관리가 되었다.

필자는 그동안 냉방기간 동안 에어컨을 25도로 설정하고 24시간 연속 가동하여 왔는데, 그 경우 실내 습도는 70% 를 상회하였고, 불가피하게 추가적으로 제습기를 가동하여 실내 습도를 낮춰 왔지만 그 경우도 이번 여름처럼 낮은 실내 습도를 유지해 내지는 못했다.

실제로는 이 같은 시퀀스를 하루에 최대 4번(평균 3회) 정도면 실내 온습도가 컨트롤이 되었다.

전력량이 특별히 증가되는 것으로 관찰되지는 않았는데, 이번 여름이 온도가 낮아서인지 오히려 전력 사용량 자체는 예년에 비해 70%도 안 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확실히 비용은 줄었고 자세히 관측하더라도 그 비용 차체가 최대치가 전기료 총액으로 10만원 안쪽이라 틀려봐야 만원 이쪽 저쪽일 것으로 보인다. 여름 한철 나는데 추가로 들어가는 전기료가 다해야 10만원 안쪽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하면 실내가 에어컨 가동시에 과냉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RC조라 그런지 에어컨 자체는 강하게 작동했지만 실내 온도 자체는 그닥 큰 차이 없이 0.5도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다른 장점도 관찰된다.

에어컨에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강한 제습모드에서는 열교환쎌이 응축수로 자동 워싱이 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요즘 출시되는 신형 에어컨에는 스마트 어쩌구 하면서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오프 동작시 과냉 후 건조(송풍)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것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음..요렇게 놓고 보면 RC조 패시브하우스에는 이런바 인버트 방식의 에어컨이 그닥 맞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가운데 파란색 곡선이 인버트 방식의 냉방기 작동 방식을 예시한 것인데 이렇게 해서는 짐작키로 제습에는 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 알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끝...휘리릭~~~~~~

Comments

3 충주박용규 2020.09.24 23:32
좋은 자료 잘 보았습니다.
한가지 궁굼한 것이 있어서 의견 여쭤보고자 합니다.
도표상 붉은선의 온도차가 6도가 나는데요.
저정도 온도편차가 생겼을때 쾌적성은 어떻게 체감될지 궁굼하네요.
2 ifree 2020.09.24 23:45
그거는 본문에 적시한대로 제습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고요.
실제로는 실내습도가 63%(실내 온도로는 25도쯤 됩니다)가 되는 지점에서 에어컨을 18도로 설정하고 두시간 가동했습니다.
그러면 두시간 동안은 에어컨은 소비전력량 대로 풀 가동됩니다 제 집 기준으로 1kw의 파워가 소모됩니다. 실내 난방 면적은 149제곱미터 쯤?  될 겁니다.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일반 건축면적으로는 56평쯤 됩니다.
살펴본 바로는 에어컨 2미터 지점의 온도계는 두시간이 가까와지는 시간대에서 최대 22도 후반부까지 떨어지지만 각 방이나 5미터 이상 떨어진 거실 같은 곳은 24.5도 이하로는 안 떨어졌고 이 때 실내습도는 55%이하로 내려갑니다.
제집은 설계 당시 실내 열평형이 좋도록 환기장치의 배열과 일이층을 오픈한 보이드 처리 등 고려가 많았습니다.
보통 난방기간에는 일이층을 포함한 실내 전 구역이 0.3도 이상 차이가 나질 않습니다.
그에 기인한 구조적 도움도 받았을 거라 짐작하고 또 골조 자체가 실내측에 미장마캄 후 도색만 된 채로 노출된 콘크리트 중량 골조라 이게 열평형에 유리하게 작용도 하지 않았나 추정만 하고 있습니다.
6 gklee 2020.09.25 00:05
저는 온도/습도계를 내장하고 리모컨의 rf신호를 카피해서 스스로 에어컨을 껐다켰다 하는 기기를 사용하고있습니다. (습도는 AI모드일때만 고려하는듯하지만..) 기기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서도 조절할수 있기도 하죠. 난방모드로도 사용이 가능해서, 이 기기를 활용하고자 신축중인 집은 에어컨도 냉난방 겸용모델을 설치했습니다. 여하튼 센서의 위치 기준으로 24.5도일때 켜지고 25.5도일때 꺼지고 이런식으로 0.5도차이로 조정이 가능합니다. 이 기기 또한 요구하기를, 파워냉방 즉 최대 냉방모드로 에어컨을 작동시킬때의 리모컨 신호를 카피해야한다더군요. 말씀하신 방식을 자동적으로 수행할수 있는 기기라고 생각됩니다. 습도에 따른 설정도 받아들이게끔 업데이트만 된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되며, 그런 기기도 있을것같군요. 능력자들이라면 IFTTT를 활용하여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할것같습니다.
3 정해갑 2020.09.25 11:34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보면 가치가 있어보이는 작업을 하셨지만,
ifree님 글을 언급하면, 같이 사시는 분은 뭘 그렇게 까지 해야 되나 면박을 줍니다. ㅎ
엎어치나 메치나 전기요금은 거가 거인데...

쾌적의 측면에서
복사불균형 >> 온습도 라고 생각되는데,
rc조에서는 벽체의 온도는 일정하고, (외부차양이 있는) 창호의 표면온도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창호의 표면온도 변화 관측자료도 수집해 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여름철에 24.5~25도면 실외온도와 꽤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출입시에 너무 많은 온도변화가 있기 때문에 쾌적에 오히려 불리해 지는 것은 아닌지요?
2 ifree 2020.09.25 11:44
ㅋㅋ 저는 더위를 많이 타서 25도가 한계입니다.^^
겨울에도 20도 넘어가면 거실소파에서 선풍기 틀고 자요.
하루중 실내가 24.5~25도 사이에 컨트롤 된다면 상당히 일정한거라 봅니다.
보통 2~4도는 왔다갔다 하시죠?
저는 습도가 65%를 넘어가면 편하진 않더군요
해서 이전처럼 그냥 에어컨 25도 설정해놓고 24시간 돌리던 것 보다 올 여름이 더 쾌적했습니다.
사실 24시간 틀어도 대부분의 시간은 송풍만 되는 공회전하느라 전력이 낭비가 되기도 했고요
이전에 여기어디 구체 표면온도 수십군데 나눠서 시간대 별로 측정해놓은 자료가 있을 겁니다.
당시 측정하기로는 벽체 창문유리 온도와 실내 온도가 차이가 기기 오차범위내로 같게 나와서 복사 불균형은 없다고 결론 지었죠
제 블로그에도 같은 자료가 있네요
https://m.blog.naver.com/lamdahouse/220764931930
G 집박구리 2020.10.06 15:39
놀랍고 걱정도 되네요. 예비 건축주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ifree님 글 보니 너무 무모하게 달려들고만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많은 부분 세세하고 꼼꼼하게 챙겨야 할텐데 걱정 입니다.
페시브하우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솔직히 어렵고 까다로워서 어떤걸 어디부터 물어야 할지도 모르고 있어요.
혹시 ifree님께 도움을 청해도 될까요?
페시브 하우스뿐만 아니라 앞으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챙기고 따져봐야 할것 들이요
3 내집마렵다 2022.04.22 04:57
아...ifree님 글이 넘 유용합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쏙쏙 ... 신기할 정도로;;
공부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G 로저강 2023.01.27 23:44
ifree님의 패시브하우스 관련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8jc6xWcihog&t=1058s)  말미에 이 문제를 말씀하셨던데, 이제 그 해결책을 찾으셨군요.

사실 이 문제를 항온 항습을 달성해야 하는 크린룸용 공조기에선 냉각(제습)과 가열을 동시에 하면서 맞추고 있는 것을 제가 알고 있기에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전혀 새로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방법을 찾으셨군요. 이렇게 알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집은 아파트이지만 올 여름에는 이 방식을 활용하여 보다 쾌적한 실내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