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적인 건축가와 나눈 집에 대한 인터뷰 _ 첫 번째

매거진 2018. 1.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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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YOSHIFUMI NAKAMURA)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집이 최고의 집이다.

좋은 집이란 과연 어떤 집일까. 나카무라 요시후미(Yoshifumi Nakamura)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주택을 설계하면서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그들이 자연스럽게 답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집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삶을 담아야 하는 곳이고 그들을 유일하게 포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PROFILE / 1948년 일본 지바현 출생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주택 전문 건축가이다. 1972년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했으며 1976년부터 1980년까지 요시무라 준조(吉村順三) 설계사무소에 근무했다. 이후 1981년 자신의 설계사무소 <lemming house="">를 설립했다. 1987년 <미타니 씨의 집>으로 신인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제1회 요시오카상을 수상했고, 1993년에는 <일련의 주택작품>으로 제18회 요시다 이소야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일본대학(Nihon University) 생산공학부 주거공간디자인 코스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집을, 순례하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 『집을, 짓다』,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등이 있다. </lemming>

대부분 처음 보는, 낯선 장소로부터 설계가 시작될 텐데, 대지를 대하는 당신만의 방식이 궁금하다.

일단 그 토지의 기후와 풍토의 특징을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같이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의 프로젝트라면, 그해 눈이 제일 많이 오는 시기에 답사를 간다. 그리고 주변의 주택들이 방한이나 적설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시간을 들여 곰곰이 관찰하는 편이다.

반대로, 오키나와 같은 아열대성 기후를 가진 지역이라면,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막기 위해 건물의 단열이나 통풍에 대해 지금껏 어떠한 방식으로 조금이나마 시원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했을까 생각해본다.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건축적 특징을 가지고 나의 프로젝트 설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을 설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설계한 주택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일상이 보다 즐거워지길, 그 사람의 삶이 보다 풍성해지길 바란다. 클라이언트가 진심으로 ‘이 집의 설계를 나카무라 요시후미에게 부탁해서 정말 좋았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주택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설계한 주택에 살게 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인생관에 좀 더 가깝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주택을 만드는 작업은 체형과 자세에 맞추어 정장을 재단하는 테일러란 직업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더욱 잘 맞고 착용감도 좋은, 품격이 있는 정장을 재단하는 것처럼 나도 그러한 주택을 설계하고 싶다.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를 통해 건축주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보통 건축주와의 조율은 어떻게 해나가는가?

클라이언트의 인격이나 취향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과 같이 식사를 한다거나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거듭되는 미팅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설계자로서의 관계만이 아니라, 신뢰를 쌓고 우정의 싹을 틔울 수 있다면 그 작업은 반드시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집이란 최소한의 치수를 지닌
간소한 상자여야 한다.

리모델링 작업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건축가 입장에서 신축과 리모델링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솔직히 신축과 리모델링 작업의 장단점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리모델링의 묘미는 작업을 하는 건축가의 임기응변적인 디자인 혹은 그 반사신경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리모델링은 악보대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이라기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풀어낼 수 있는 재즈에 가깝다. 그런 자유자재의 분위기를 나는 아주 즐기는 편이다.

그동안 Hanem Hut, Lemm Hut 등 작은 Hut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최근 무인양품(無印良品)에서도 ‘Muji Hut’을 출시했고, 모바일하우스, 타이니하우스 등 모듈화된 소형주택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다.

2013년 갤러리 MA(Gallery Ma), 2014년 카나자와21세기미술관(Twenty-First Century Art Museum)에서 「小屋においでよCome on-a my Hut!」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감사하게도 그 전시는 꽤 오랜 기간 남녀노소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관람해주었다. 지금 일종의 미니멀 주택의 붐을 나의 전시회를 토대로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전시회가 진행되던 중에도 유명기업으로부터 나의 이 프로젝트를 상업화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미니멀 주택은 ‘마음속의 보물’ 같은 존재이다. 보물을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어 거절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상품화되고 있는 소형주택에 대해서는 그냥 미니멀하다는 것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오두막집이나 가모노 쵸메이(鴨長明, 일본 수필가)의 방장기(方丈記)에 나오는 작은 집이 가지는 내면의 진정성 또는 동화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아, 너무나도 수준 떨어지는군’ 하며 냉철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갤러리 MA와 카나자와21세기미술관에 전시되었던 Hanem Hut.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지어진 1인 가구를 위한 오두막으로, 내부에 배치된 접이식 소파, 난로, 조명, 화장실 등은 모두 이 공간에 맞춰 특수 제작한 것이다.
환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에너지 자급자족형
주택이 필요하다.

한국에는 요즘 협소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일본의 주택 트렌드는?

유감스럽게도 나는 건축 관련 잡지를 거의 보지 않기도 하고 트렌드에 좀 둔감한 편이라 현재 무엇이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단 내가 믿고 있는 길을 내 페이스대로 걸어가고자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일본은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얼마 전 한국 강연에서 꼽은 세 가지 키워드 중 하나가 ‘Self-Sufficient House’이었는데, 여기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지구 환경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건축가뿐 아니라 현재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떠들썩한 목소리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논하기보다 주택을 나의 생업(LifeWork)으로 생각하고 있으므로, 건축가로서 늘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자급자족형 에너지 주택=Self-Sufficient House」이다.

에너지나 자원 절약이 캠페인으로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그 중요함에 대해 모든 사람이 자각하고 실현한다면 그 자체로 커다란 힘이 되리라고 본다.

일본은 지진 등 재해에 관한 설계 및 시공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설계하며 이와 관련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나의 경우, 「자급자족형 에너지 주택」에서 경험했던 실험주택 프로젝트를 살려 재해 시 최소한의 식음료와 전기를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주택을 설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현재도 후쿠오카현에 그러한 주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한국은 단독주택보다 아파트에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고 선호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단독주택의 매력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땅을 밟고 살아가는 안도감이 아닐까.

2012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 세워진 Luna Hut 앞에 선 나카무라 요시후미. 고베 시내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위치한 최소한의 집이다. 
일본 나가노현 미요타의 나무숲에 둘러싸인 산기슭, 노부부가 살던 허름한 7평짜리 집이 버려진 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부지를 빌려 그곳에 ‘Lemm Hut’이라 이름 붙인 자신의 오두막을 지었다. 벽돌 벽체로 둘러싸인 가로세로 6.4×3.6(m)의 집을 증·개축해 그곳에 툇마루 2.4평과 부엌이 되는 토방, 창고, 화장실까지 포함한 4.5평을 증축하여 총바닥 면적 14평의 오두막이 완성되었다. 이곳 역시 자연친화적인 에너지 자급자족형 주택이다.

당신이 쓴 <내 마음의 건축>, <집을, 순례하다>, <건축가가 사는 집> 등은 모두 주택 탐방기를 엮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세계 각지의 주택을 보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집은 어떤 집이었고, 그 이유는?

솔직히 인상적이었던 주택은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으라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에릭 군나르 아스프룬드(Erik Gunnar Asplund)의 [Summer House]나 루이스 칸(Louis Kahn)의 [Margaret Esherick House], 주니어 데이비슨(Julius Ralph Davidson)의 [Case Study House No.1] 등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책 속의 사진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의 풍부함이나 그들이 만들어낸 건축적 디테일과 조우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주택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평소 좋아하거나 즐겨가는 공간이 있는가?

공간은 아니지만, 매년 초여름이면 한달 정도 이탈리아 베니스에 아파트를 빌려 생활한다. 자동차가 활보하는 복잡한 도심이 아닌 곳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느긋하게 모든 걸 맡겨두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전부 씻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50대 부부의 의뢰로 재작년 설계한 단독주택. 창문 앞으로 설치한 테이블과 벤치가 인상적이다. 

그동안 본인이 살 집을 몇 번 설계한 것으로 안다. 다시 또 짓는다면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알고 싶다.

사실 지금도 건축 중이다. 이번에는 눈 아래 태평양이 펼쳐지는 장소에 창해(滄海)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주택을 짓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집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언제나 ‘내가 앞으로 설계해 나갈 주택’을 가장 이상적이라 여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집’이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남프랑스에 작은 집을 설계하고 살면서 한 인터뷰를 통해 ‘내가 살기에 최고의 집은 바로 이 집이다. 나는 아마 이 집에서 생을 마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반년 후 그 작은 집의 아래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르 코르뷔지에처럼 말할 수 있는 집이라면, 그 집은 반드시 좋은 집일 것이다.

취재_ 김연정  |  통역_ 김수빈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8년 1월호 / Vol.227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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