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는 패시브 건축 도입 등 에너지 감축 정책을 선도적으로 펼친 도시다. 2014년 온양6동 행정복지센터를 전국 최초 패시브 하우스 공법으로 건축해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전국 자치단체 최초 ‘녹색건축 여행’ 견학코스를 운영해 패시브 건축 벤치마킹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12월 완공한 인주면 경로당은 아산시가 제로 에너지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주민주도형 패시브 건물이다. 2월 6일 개관식을 거행하는 아산중앙도서관도 제로 에너지 빌딩 시범사업에 선정돼 건축물 에너지효율 1++등급과 녹색건축 예비인증을 득했고 패시브 건축물 설계 인증(2.8L/㎡a; 연간 난방에너지요구량)을 받아 전국 최상위 에너지 절약 건축물로 건립된다.
또한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장애인체육관은 지난해 12월 단열 능력을 결정짓는 기밀성 테스트에서 높은 결과치가 나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년 초 착공예정인 육아종합지원센터까지 아산시는 순조롭게 패시브 건축을 진행 중이다.
“매우 경제적이면서 자연 친화적 건축” =
패시브 건축물은 자연 열과 외부 차양을 이용, 최소한의 설비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 거주자가 질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건물을 뜻한다.
패시브의 가장 큰 장점은 쾌적성이다. 보온성이 좋은 단열재로 기밀성을 높여 외풍이 전혀 없으며 사람이 느끼는 쾌적한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 열교환장치는 실내온도 차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24시간 공기를 순환시킨다. 또한 필터가 내장돼 있어 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만 돌리는 것보다 산소 공급이 원활하면서도 미세먼지를 잡아주어 건강에 유익하다. 환기가 잘 되니까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지 않으며 냄새 배출이 쉽다. 아토피나 비염 등도 감소시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태양광이나 태양열처럼 자연 에너지 이용 설비를 갖추면 석유 같은 한계자원을 매우 적게 이용하므로 CO₂배출을 대폭 감소시켜 에너지 이용비용을 최소로 낮출 수 있다. 이렇듯 패시브 하우스는 장점이 많은 건물이다.
신주봉 공공시설과장은 “패시브가 뚜렷한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패시브하우스공법으로 건축한 온양 6동 주민센터의 건축비 상승률은 8%에 불과하다”며 “지속적으로 지출하는 에너지 이용비용과 효율성, 건강을 생각하면 패시브가 매우 경제적이면서 자연 친화적인 건축”이라고 설명했다.
경험자들이 인정한 패시브의 장점 =
현재 패시브의 장점을 가장 활발히 누리는 사람은 인주면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다. 민간 주도형 패시브 하우스로는 전국 최초인 이 경로당은 2016년 12월 완공했으며, 어르신들은 최근 찾아온 최강 한파와 미세먼지에도 걱정 없이 겨울을 지내고 있다. 패시브 건축 외에도 태양광과 태양열 발전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온수를 공급한다. 보조적 방법으로 배관난방을 설치했을 뿐이다.
정재만 인주면 문방4리 이장은 “경로당 실내 공기가 상당히 쾌적하다. 단열이 잘돼 지난여름엔 에어컨 하나만으로 경로당 전체 냉방을 했다. 겨울엔 햇볕만 나면 따뜻하다. 지내보니까 매우 좋다. 일반 가정집도 패시브 건축으로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경로당 내부에는 나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세문 공공시설팀장은 “22도 이상을 상시 유지한 경로당은 실제 지난해 11월 부과된 전기요금이 1520원 수준”이며 “남는 전기는 이월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단열성능이 뛰어난 패시브 건축의 효율을 결정짓는 것은 다름 아닌 창호다. 박노성 주무관은 “창호의 유리뿐만 아니라 ‘감봉’이라 불리는 이음새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감봉 부분의 성능에 따라 창호의 기밀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프레임의 격실이 여러 겹일수록 단열성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제로 에너지 정책, 패시브가 우선돼야 =
패시브란 단어도 생소했을 무렵, 공공시설팀 직원들의 패시브 건축 추진하기는 소위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땅히 배울 곳이 없어 연구소와 패시브협회 등을 찾아다니며 스스로 공부했다. 조달청에 등록 안 된 물건일지라도 패시브 건축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쓸 수밖에 없는 상황도 고민이었다.
또한 독일의 경우 3중 유리 창호와 프레임 기준을 각각 마련해 관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프레임과 통째로 유리에 기준을 두고 있어 실정과 괴리가 있는 제도 아래서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들을 극복하면서 패시브 건축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공시설과 직원들은 요즘 패시브가 널리 알려져 뿌듯한 마음이다.
실제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에서도 개선점은 보인다. 제로 에너지 빌딩 사업은 패시브건축과 함께 지열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주봉 과장은 “지열을 에너지로 생산하기 위한 동력의 손실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패시브 건축 비율을 높일수록 제로 에너지에 가까워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발자국을 줄여 지구를 살리는 건축이 된다”고 피력했다.
* 신·재생에너지 : 기존 화석 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지열 강수 생물 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
* 제로 에너지 빌딩 : 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건물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합산해 에너지 소비량을 최종 영(Zero)으로 만든 건축물.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