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승 상징이 애물단지로..지붕 날아간 채 씁쓸한 20주년

손형주 2021. 2. 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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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날아간 지붕만 29장..지붕 수리에만 80억 넘는 예산
예산 낭비 지적에도 태풍 올 때마다 파손 반복..땜질식 처방 결과
용역으로 보강 방법 개선..시 예산·관심 부족으로 실효성은 의문
태풍에 찢어진 아시아드 주 경기장 지붕 막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02년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승리의 공간이자 남북한이 아시안게임에서 손을 맞잡고 입장한 곳.

아시아드 주 경기장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다.

하지만 대한민국 스포츠 성지가 지붕 막이 뜯긴 채 흉물스러운 몰골로 2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태풍 마이삭 때 처참하게 파손된 지붕 막 9장이 여전히 흉한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드 주 경기장 주변을 산책하던 시민 이모(67) 씨는 "없어진 지붕 막 사이로 경기장 내부가 보일 때마다 안타깝다"며 "한때는 이곳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이목이 쏠릴 정도로 빅 스포츠 이벤트가 열렸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20년간 대형 지붕 막 29장 파손…수리·정비 예산만 80억원 이상 추정

아시아드 주 경기장은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지어졌다.

1993년 공사에 들어간 8년만인 2001년 준공됐다. 공사비로는 2천269억원이 들어갔다.

부산 앞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넘실대는 파도형 상의 지붕을 비롯해 전체 구조물이 직선보다는 곡선으로 조화와 조형미에 중점을 두고 건축됐다.

조형미에만 너무 신경 쓴 탓일까.

크고 작은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파도를 상징하는 지붕은 시련을 겪었다.

월드컵 직후 2002년 태풍 루사를 시작으로 2003년 태풍 매미가 부산을 강타했을 때는 지붕 막 8장이 파손됐다.

2004년 시민단체로부터 '밑 빠진 독 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밑 빠진 독 상'은 의미 그대로 최악의 예산 낭비 사례를 말한다.

여러 대책이 수립되는 듯했으나 이후에도 강풍만 불었다 하면 지붕 막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매번 파손된 지붕 막을 교체하는 땜질식 처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붕 막은 애초 초속 40m 강풍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태풍 마이삭 때는 초속 30m가량에 9장이 한꺼번에 뜯기기도 했다.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노후화에 따라 애초 설계된 강풍을 견디지 못한다'고 해명했지만, 건립 초기에도 초속 40m 이하 바람에 날아갔다.

2001년부터 20주년을 맞은 2021년까지 파손된 것만 무려 29장.

1장당 보수비용으로 2억~3억원 예산이 소요되는데 지금까지 20장을 교체하는데 40억원가량 들어갔고 유지·보수에도 15억원이 추가로 소요됐다.

이번에 파손된 9장까지 1장당 3억원의 비용으로 수리한다고 가정하면 20년간 지붕을 수리하고 보수하는 데만 총 92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48년 만에 첫 승리 환호하는 선수들과 응원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리 방안 용역 착수…항구적 복구 가능할지 우려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지붕 막 복구 방안을 위한 용역을 예산 2천100만원을 들여 이달 초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용역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다고 해도 해당 방안에 따른 복구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복구 비용이 올해 상반기 1차 추경에 확보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지붕 막 재료가 독일산이어서 발주부터 들여오기까지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붕 막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설계 변경 등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2년 이후 아시아드 주경기기장은 지붕 막으로 인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건립 당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공연·이벤트 행사를 같이 할 수 있는 다목적 스포츠 콤플렉스로 세웠지만, 큰 천막이 둘러싸인 구조 탓에 잔디 생육이 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축구 A매치가 잡히면 6개월 이상 문화행사를 열지 못했다.

생육이 부실한 잔디로 인한 문제 때문에 원아시아 페스티벌 등 큰 문화행사를 개최했다가 잔디 훼손으로 정작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개최하지 못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이용료도 비싸 프로축구단마저 아시아드경기장이 아닌 구덕운동장을 이용하는 상황이다.

여러 지적해도 아시아드 주경기장 활용방안 결정권자인 부산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지붕 막 파손 복구 방안에 대한 문의에 부산시는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 문의하라'는 대답만 할 뿐 뚜렷한 계획과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제대욱 의원은 "아시아드 주경기장 최초 설립 목적은 스포츠 콤플렉스인데 디자인만을 위한 설계로 잔디 생육에 적합하지 못해 축구도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문화 공연도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만 중요시한 설계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데 이번 용역도 종합적으로 보수 방안을 고려한다고 하나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보수가 진행되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제 의원은 "이번 기회에 아시아드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며 "지붕 막을 철거하거나 완전 새로운 방식으로 보강돼 한국 축구 성지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축하 불꽃 29일 개막한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을 축하하기 위한 불꽃이 주 경기장을 밝히고 있다./특별취재단/아게/ 2002.9.29 (부산=연합뉴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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