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물 세계포럼] 정재승 교수 “뉴로마케팅으로 소비자 심리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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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제8회 제주물 세계포럼에서 발표에 나선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 제주의소리

국내 대표적인 뇌과학자로 꼽히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단순히 기능과 효과를 강조한 마케팅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의 대표 상품인 제주삼다수와 같은 생수인 경우 기존의 시장조사와 같은 방식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제주도개발공사(JPDC)가 주최·주관하는 ‘제8회 제주물 세계포럼’ 둘째 날인 1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뉴로마케팅’을 주제로 정 교수가 발표에 나섰다.

뉴로마케팅은 뇌 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인 뉴런(neuron)과 마케팅을 결합한 단어로, 소비자의 뇌에서 관측되는 감정·구매행위를 뇌과학을 통해 분석해 기업마케팅에 적용하는 기법이다.

정 교수는 “고객이 만족하는 걸 만드려고 하면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내 마음이 고객 마음이려니’ 하고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마음 속에 있는 고객만 만족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령 ‘품질 좋은 물을 저가에 판매하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람들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설문조사와 같은 시장조사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이 끼어들어 자신의 맘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며 “안타깝게도 시장조사가 좋은 답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파악하면 고객의 마음을 탐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트래커(시선 추적기), 기능영상(fuctional MRI) 등을 통해 뇌의 활동을 촬영하기만 하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게 코카콜라와 펩시의 비교 실험이다.

2010년에 뉴로마케팅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브랜드를 밝히지 않고 두 가지 콜라를 주면 뇌의 쾌락의 중추가 유사하게 활성화됐지만, 브랜드를 밝히고 주면 펩시를 마실 때보다 코카콜라를 마실 때 쾌락 중추의 반응이 확실히 높았다. 코카콜라가 펩시와 비교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이를 토대로 정 교수는 “우리는 그 동안 콜라를 먹고 있던 게 아니라 브랜드를 먹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는 아주 복잡한 제품을 보더라도 그 브랜드, 과거의 관련된 경험, 선입견, 편견, 언론에서 노출된 이미지의 총합으로 제품을 보는 순간 바로 인지하게 된다”며 “사람들은 제품을 하나하나 심사숙고하지 않고 한 번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결국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제주삼다수가 생수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뉴로마케팅’이 훌륭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 교수는 “단순히 ‘우리 물이 더 맛있어요, 몸에 좋아요’가 아니고, 물을 마시는 게 어떤 즐거움을 준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더 중요한 건 그 물을 마시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총체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다수가 그 동안 잘 쌓아온 브랜드파워를 뉴로마케팅을 통해 이해하면서 향후 이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리뉴얼 전략을 짤 때”라며 “인간의 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 총체적으로 판단하면서 계획을 짜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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