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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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인증 건물에 입주 3년 되었습니다. 금방이네요.

1 무식장이 3 378 11.13 03:05

벌써 입주한지 3년이 넘었더라구요.

정돈되지 않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열해 봅니다.

 

지금 패시브 주택을 만족하는가? 네. 여전히 만족합니다.

사실 3.5L 인증이라, 태양광이 없는 저희 주택은 여름과 겨울의 가스비+전기비 기준으로 비용은 비슷하게 나오더군요. 요즘은 워낙 전기를 많이 쓰는 도구(인덕션 포함)가 있다보니 다른 주택에 비해 저렴한건 확연하지만, 그럼에도 모호한 비용 경계에 있기는 합니다. 태양광을 달자니 손익분기에 한참이고, 안달자니 여름철 전기비(10여만원)에 속쓰립니다. 슬슬 겨울이 와서 가습기를 꺼내고, 여전히 23도를 종일 유지중입니다. 12월이 되면 슬슬 보일러도 준비해야겠군요. 그래도 중대 하자가 없는건 만족할 수 밖에요.

 

창호 문제로 어수선한가 봅니다.

저도 최근에 창호와 관련하여 유리가 깨져서 큰 비용을 들여 거대한 창 유리를 교체했습니다. 열에 의한 프레임 변형 압력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하지만, 어느 누구도 명확한 이유를 모를 듯 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업체의 대응이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만족/불만족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도 제품에 몇 가지 불만은 있습니다. 여전히 addon 형태의 블라인드의 얼룩 문제는 눈에 거슬리고, 프레임 열 팽창에 따른 낮시간(창호 하단이 햇빛에 달궈진 시간) 여닫이문의 창호 걸림, 겨울철 창호 관통 철물(잠금장치)의 결로는 걸리적 거리는 문제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연의 힘을 잘 피해가는 건 인간의 힘으로 매우 벅찬 일 임에 틀림 없습니다. 불편함을 덜어도, 다시금 힘을 과시하는 것이 자연이더군요. 완벽히 해결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보면, 일정 부분 순응해야 하는 것들도 있을 듯 합니다. 

 

이제 3년이 되어 가며, 집의 사용법을 어느 정도 익혔습니다. 여전히 나에 맞춰 집을 사용할 부분이 남아 있고, 나에게 집이 부족한 부분들은 더 채워가야 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가구가 모두 갖춰지지 않았고, 구조적인 불만족은 추가 인테리어를 필요로 합니다. 하자 방지 시공들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일정 부분은 집을 모시고 살고 있기도 하지요. 어느 정도 조화가 되니 무언가를 변형하더라도 익숙해졌습니다. 익숙한 만큼 어렵지 않고, 더 살만해 졌습니다.

 

최근 우연히도 유명 건축가와 인터뷰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도 다른 건축가가 설계한(정확히는 직원의 아이디어에 대해 건축가의 검수를 받고, 일부분 건축가의 의견이 반영된) 집을 보고, 이런 저런 느낌을 받으신 듯 합니다. 공감해주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의 맥락은 대략 이러합니다.

'보통 집을 지을 때,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완성된 곳에서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또는 바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집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고, 조금씩 채워가고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런말을 누군가는 무책임한 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3년살며 제가 느낀 사는 집에 대한 생각을 관통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부족한 것은 그냥 그러려니~ 다르게는 채울 수 있는 것은 채우고, 기억할 것은 기억하면 되는 삶은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쯤? 저희집 건축가님은 '노후를 위한 주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도 기억나네요. 제 노년에 우리집은 아마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분명 다른 집일 겁니다.

Comments

M 관리자 11.13 13:09
신검합일의 경지에 들어가신 것 같습니다.
후기 감사드리며, 아무쪼록 건강하게 사시길 바라겠습니다.

하자는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시고요.
감사합니다.
1 무식장이 11.14 23:53
회원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바뀌었군요. ^^

어쩌다 보니 매년 한번씩 후기를 적게 되네요. 경지는 아니고, 심법을 익혀가고 있는 수준입니다.

다행히 별 다른 하자가 없습니다. 창호가 원래 비싼지라 어쩔 수 없지만, AS는 친절하셨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외부블라인드를 안하고 addon 으로 한건 하얀 줄무늬가 생길 것을 알고도 제가 결정한 것이고, 밖에 와이어가 없는 건 나름의 장점입니다.
3년이 지나고 하니, 일부 외장 타일 모서리쪽이 (바닥 타일, 벽타일) 말썽이지만, 이마저 수리 방법을 알아버렸습니다.ㅋㅋ 주기적으로 할 수 밖에 없더군요. 실란트는 최근 실외용으로 잡자재에서 구매했구요.
가구는 제 취미가 목공이 되어서 열심히 만들어서 채우고 있습니다. 조만간 안방과 욕실 문쪽에 가벽으로 공간을 가두는 인테리어 또는 간살+수납장을 만들어서 넣을까 고민중입니다. 목공을 하다 보니 칠도 뭐.. 손에 익어갑니다.
태양광을 안 한걸 후회하지만, 이것 역시 제 결정이었으므로 남탓할 처지는 안됩니다. ㅎㅎ
나중에 디자인 파고라 형태로 테라스에 올릴 일이 생기면 디테일을 한번 여쭙겠습니다.(또는 저희 건축사님께 사적으로 스을적... ㅋㅋ)
M 관리자 11.15 12:01
네^^  언제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