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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 보러 다니기 - 피코네 건축주학교 7편을 보고

3 내집마렵다 1 965 2022.02.13 02:54

땅과 집 보러 다니기 - 피코네 건축주학교 7편을 보고


예비 건축주입니다. 땅을 구입하고, 설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집을 짓지 못한 예비 건축주라, 모든 분들이 참고할 만한 믿을만한 내용은 아닙니다만, 오늘 라이브를 보고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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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지번과 같은 구체적인 위치를 모르는 채로 단서를 통해 땅이나 집을 찾는 법입니다. 알아내는 데까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아래의 방법을 통해 보고 싶은 집이나 땅을 찾아내 방문하여 살펴보고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


1. 마음에 드는 집의 사진과 설명을 찾기

건축사사무소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례집이나 잡지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지역, 연면적, 규모, 평면, 층수 등과 함께 건물의 사진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이 사진에는 많은 힌트가 있습니다. 표지판에 붙은 도로명이나, 가게의 상호와 같은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2. 다음 지도를 통해 위치를 특정하기

직접적인 정보가 있다면 간단합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사진상의 건물 배경에 보이는 산의 능선, 햇볕의 방향, 주변 건물의 지붕 색깔, 논과 밭의 위치, 비닐하우스 등의 배치, 구거의 흐름, 도로의 폭과 꺾임 정도 등 간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다음지도의 항공뷰와 로드뷰를 이용해 인내심을 갖고 찾아야 합니다. 


3. '디스코'앱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기

내가 찾고자 했던 건물로 유추되는 곳을 찾았다면, '디스코' 앱을 통해 해당 건물과 토지의 정보를 얻습니다. 건축물의 준공연월, 배치도면, 연면적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면 사례집 등에서 확인한 설계한 사무소가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축물이 위치한 대지의 면적, 지구단위계획 등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방법을 공유하면서 제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건물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일상을 사는 분들의 사적인 공간이고 엄연히 경계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무작정 들어가서 살펴보거나 기웃거려 건축주를 언짢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멀찌감치 서서 사진으로 볼 때와 실제로 볼 때 어떻게 다른지를 느껴보고, 어떤 삶이 가능한 집일지, 제곱미터로 적힌 크기와 겉모양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어떻게 다른지, 주위를 산책하며 이 마을은 지내기에 어떤지를 유추해 보는 정도의 선을 지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운 좋게 건축주와 대화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저도 건축주와 대화를 나눠 볼 기회가 단 한 번 있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마실삼아 찾아갔던 그 주택은 과일 농장 한켠에 있는 주택이었고 SIP 구조로 지은 필로티 형태의 패시브하우스였는데, 건물 측면에 협회 인증 현판과 함께 패시브하우스의 친환경성과 장점에 대한 설명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필로티 공간에서 블루베리를 판매하고 계셨습니다. 

마침 타지의 가족들 선물로 블루베리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두 박스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예비 건축주임을 밝히며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약 5년 넘게 살아보며 느끼신 점, 집을 지으며 경험한 일들을 꽤 자세하게 말씀해 주셔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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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어진 집에 방문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공사에서 여는 오픈하우스를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유튜브 등 SNS에 시공사의 계정을 구독해두고 정보를 받다 보면, 가까운 지역에서 열리는 오픈하우스 행사 날짜와 위치, 담당자 연락처 등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오픈하우스 행사는 집의 완공을 앞두고 입주청소와 주변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제 가족 외에도 몇몇 가족이 와 있었고, 시공사의 영업담당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완공된 집의 실내외를 둘러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방문했던 곳은 집이 너무 크고 고급(?)이어서, 제 구상에 자극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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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으로 땅을 구입하기 위해 물색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지역 정보 카페나 부동산 포털 등을 통해 올라온 토지 매물들을 찾아 지번이 공개되어 있지 않더라도, 매물 설명에는 사진, 면적과 함께 대략적인 위치 설명이 있기 때문에(ex. ㅁㅁ중학교 근처 등) 위에서 설명드렸던 방법대로 다음지도, 디스코 앱을 활용해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지번을 얻으셨다면 토지이음을 통해 허용되는 건축물의 종류와 건폐율, 용적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 건축선, 대지간 공지 등을 그어놓고 내가 원하는 규모와 형태의 건물을 앉힐 수 있을지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부분은 "용적률", "건폐율", "계획관리지역", "자연취락지구" 등의 단어로 검색하시면 친절한 설명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지 구입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을 위해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아내고 구입하려는 시간들은, 쌓아온 모든 상상들이 꽤나 진지해져 계획의 형태로 바뀌어가는 질적 전환의 단계입니다. 진지한 결정을 해야 했기에 땅에 가서 쪼그려앉아 상상하고 대화하고 논쟁하다 주화입마에 빠지기도 하고...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TMI이고 수줍어지는 내용들이 많아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집을 짓는 것은 (적어도 저희 부부에게는) 큰 빚을 안고 영구적으로 정착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집 구경을 다니고, 땅을 보러 다니는 구상과 탐색이라는 즐거운 단계에서 토지 구입이라는 계획과 결정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집을 지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잃을 것은 무엇인지 철학에 가까운(?) 고민을 하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서로 대화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건물의 규모와 형태, 평면 등 상상과 계획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었고, 집짓기라는 공동 목표로 도원결의를 할 수 있었고, 계획에 진정한 힘이 생기게 되었다고 느낍니다.


밤이 늦어서 그런지 점점 얘기가 이상한 곳으로 빠지는 것 같아서 이만 줄이며.. 작은 도움이나마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건 합시다!!

 

 

Comments

M 관리자 2022.02.13 02:36
감사합니다.
기술자료실에 예비 건축주를 위한 카테고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글도 나중에 옮겨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