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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그리드의 경제성에 관한 생각

3 내집마렵다 5 980 2022.07.17 19:45


어떠한 전전화 주택의 출력과 전력량을 가정하여 움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kWh(전력량)와 kW(출력)을 구분하여야 합니다.

전력량의 단위 [kWh]는 출력[kW]과 시간[h]를 곱한 것으로 표현됩니다. 즉 kW*h=kWh입니다

1[kW]의 출력을 24[h]동안 생산하거나 사용하면 24[kWh]가 됩니다.

24[kW]의 출력을 1[h]동안 생산하거나 사용해도 24[kWh]가 됩니다.

 

일간 전력량으로 계산했을 때 제로에너지 주택입니다. 일간 발전, 부하전력량이 60kWh로 동일합니다.

그러나 발전출력이 발생하는 시간대와 부하출력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각각 다릅니다.

따라서 이 주택이 한전으로부터 고립되면, 적절히 출력을 공급할 수 없는 시간대가 발생합니다.


그림2.jpg


흰 색으로 표시한 시간대에는 부하전력을 사용할 수 있으나 발전량은 줄이거나, 내다버려야 합니다.

붉은 색으로 표시한 시간대에는 부하측의 전류량 부족 및 전압강하로 인해 가전제품 작동이 불가능합니다.

붉은색 시간대에 전기를 써먹을 유일한 방법은, 발전출력보다 부하출력을 낮춰야만 합니다. 샤워할 때 온수기의 코드를 뽑거나, 생식을 해야 합니다. 관리자님이 말씀하신 "부족하던가"에 해당하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그림3.jpg

1. 안정적인 전력망에 접속하는 방법입니다. 부하출력이 더 필요할 때에 전력망으로부터 출력을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이 이 방식을 택합니다. 설비비용이 저렴하고, 발전출력이 부하출력보다 큰 경우에는 주위의 다른 수용가에서 사용할 수 있게 전류를 망으로 반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4.jpg

2. 오프그리드인 채로 배터리를 설치하는 방법입니다. 부하출력이 더 필요할 때에 배터리로부터 출력을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 비용(자원이용)이 커지게 됩니다. 그 이유 몇 가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그림5.jpg

가. '부하출력'에 맞춘 배터리 구축

- 단순히 저장능력(kWh)에 맞추어 배터리를 구입, 배열할 수는 없습니다. 전전화 주택의 높은 부하출력에 맞추어 공급하기 위해서는, 단시간내에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방전특성이 좋은 배터리를 선택해야 합니다. 비싼 물건입니다.


나. '부하출력'에 맞춘 인버터 시스템 구축

-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직류전력은 인버터를 통해 교류전력으로 변환해야만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전과 연결되어 있다면 최대발전출력( 파란색 피크, 약 10[kW] )에 맞추어 인버터 시스템을 구축하면 됩니다. 

 반면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하는 경우, 최대부하출력( 빨간색 피크, 약 18[kW] )에 맞추어 인버터 규모가 커져야 합니다. 저장가능한 전력은 오직 '직류'이기 때문입니다.


다. 적절한 '전력품질'을 달성할 수 있는 인버터 시스템 구축

- 한전 배전망은 완전한 정현파가 공급될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전 배전망에 연결될 것을 전제로 제작된 인버터는 적당한 품질로 제작됩니다.

 그러나 동조를 통해 파형이 개선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오프그리드 환경에서는 인버터에서 발생하는 왜형파로 인해 완전한 정현파가 공급될 것을 전제로 개발된 가전기기, 특히 디지털 장비가 망가지지 않도록 고품질의 인버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 한전의 배전망에는 탄력성이 있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한시 과전류도 오프그리드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배수펌프, 지열수순환펌프 등등 L, C성분 기기의 돌입전류를 감안하여 인버터 출력을 키울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림6.jpg

결론은,

1. 태양광을 전력망에 연결하면 가까운 수용가의 부하를 분담하여 발전, 송배전설비의 규모(비용 및 자원)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집집마다 필요한 오프그리드 배터리설비가 불필요하며, 태양광 인버터의 규모도 줄일 수 있습니다.


태양광설비는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오프그리드 전전화주택의 큰 전력규모는 전선 굵기를 키우는 정도로 실현할 수 없다, 이기도 하구요.



*공급측 전력예비율, 수용가측 부등율, 수용율 등등의 고려는 생략하였습니다.






덧붙이고 싶은 말.


 아이프리님의 태양광 회의론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심정(?)입니다. 반론할 만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기에 토론하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다만 제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문서나 통계로 존재할 수 없는 많은 양의 태양광 발전이 계통연계 제도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도 상계거래 없이 수용가 내 분전회로에 연결된 채 스스로만 숫자를 세고 있는 무시못할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있거든요. 이러한 설비들이 낮시간대 지역의 업무시설, 공장 등의 부하를 얼마나 분담하고 있는지, 그래서 화력발전소 출력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무시못할 만큼이다" 외에 분명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선박이나 공장의 ESS나 멀쩡한 산을 밀고 짓는(...) 태양광 수변전설비를 마지막으로 다뤘던 것이 2017년 입니다. 그 언저리에 지식이 멈춰 있기 때문에 오프그리드를 위한 경제적이고 적절한 방법들이 개발되었는지 잘 모릅니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에 비해 무엇이 더 친환경적인지, 지구를 위한 것인지도 가릴 줄도 모릅니다. 효율적인 전력 이용이라는 제한된 분야 밖에는.. 


 저도 제가 가진 생각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쓴 것이니만큼 의견이 있으면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s

2 ifree 2022.07.17 20:25
제가 기본 지식이 엷다보니 엔지니어로써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막연하게 이런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추론만 했던 부분을 명료하게 설명해주셨네요.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태양광에 대한 내집마렵다님의 견해 또한 제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송배전 부하 관리 측면에서 이게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경제성 측면에서 또 다른 잇슈로 충분한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에 어디서 듣기로는 4~5%까지는 확실히 7~8%까지는 큰 무리없이 파지티브한 기여가 가능할거라는 견해를 본 기억은 나네요.
그렇다고,  제 생각의 근본이 바뀌지는 않을 듯 합니다.
자세힌 몰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사안이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제가 회의적이라고 보는 것 역시 영구적인 것은 아니고 거의 문제 해결의 턱 앞까지 왔기에 조만간 제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러나 포기하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 말씀 드립니다.
소중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2 권희범 2022.07.18 00:45
몇 번 더 읽어봐야겠지만 대략의 내용은 이해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봤습니다.

일단, 제가 용어를 제대로 몰라서 온 혼동이 있었던 것 같습니디.
'오프그리드 = 고립 주택'이 맞는 거지요?
저는 제로에너지, 넷제로, 오프그리드 다 같은 뜻 다른 말 쯤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부끄럽네요.

패시브하우스를 전전화 제로에너지 주택으로 만드는 건 앞서 말씀드린대로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흰 색 시간대의 남는 전기가 빨간 시간대의 필요한 전기보다 많으면, 그리고 그 만큼을 저장할 용량의 배터리만 있으면 오프그리드 역시 쉽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이 역시 그림을 1년으로 그려보면 말이 안되긴 마찬가지였네요.)
어째서 한전과의 망을 끊는 게 불가능한지는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그럼 오프그리드가 아닌 제로에너지 주택으로 넘어와서,
앞선 글에선 제가 용어를 제대로 몰라 잘못 이해하고 전선의 굵기를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태양광설비를 증설해서 한전과 주고 받는 전기의 양이 많아지면, 그만큼 전선이 굵어져야 하고 그게 전체 망으로 보면 공동의 부담이 된다'로 이해한 거죠.
제가 잘못 이해한 게 맞는 거죠? 오히려 반대의 상황인 거죠?
그렇다면 여적 뻘짓을 해왔다는 걱정 말고 저의 난독증을 걱정해야겠습니다. ㅎ

태양광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뤄두고,
지금 제 입장에선, 사용량보다 많은 전기를 태양광으로 만들어가며 급탕과 난방까지 전전화를 할 것이냐, 아니면 적어도 열을 내는 설비는 화석 연료를 사용할 것이냐 정도의 이슈가 남겠네요. 히트펌프는 번외로 하구요.
이번엔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하는 불안이 좀 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저희가 전전화 제로에너지 주택을 처음 짓게된 게 태양광 모듈 연구원 출신의 건축주를 만나서였습니다.
그 뒤로 제가 같은 집을 지을 때 마다 그 분은 아껴쓰지 않으면 이 모든 시도가 무용하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여기까지 오고 보니 모두 닿아있네요.

대단히 고맙습니다. ifree님도요.
3 내집마렵다 2022.07.18 23:45
아이프리님 감사합니다..

희범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선이 굵어져야 하는 상황은 급탕, 전열에너지를 전력으로 공급하는 경우 즉 전전화가 되는 경우입니다.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죠.
연료의 열을 전력으로, 전력을 다시 열로 바꿔 변환손실이 커지기도 하구요. 전력망에 부담도 커지구요. 그런 이유에서 요즘 빌딩 규모의 대형 에어컨은 도시가스로 돌리는게 추세죠...

태양광설비를 증설해서 망에 반환하는 전력의 규모가 커지면
=> 가정내 부하전력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옥내전선의 굵기는 동일합니다.
=> 지역 배전망(전봇대)에서 수용가(공장, 집 등)로 들어가는 전력의 량에도 변함이 없으므로 배전 전선의 굵기는 동일합니다.
=> 간선 송배전망 및 발전소의 부담은 줄어듭니다.
 전류는 흐르기 편한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즉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은 가까운 수용가로 흐르기 때문에) 변전소에서 지역 배전망까지 전류가 적게 와도 되니까요..

최대부하전력에 대응하기 어려운 오프그리드의 약점은 한전이 한여름 낮에 겪는 어려운 점이기도 합니다.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자꾸 지어야만 하는 상황이고, 그에 맞춰 송배전망도 증설해야 하구요.. 이도 저도 안되면 뉴스에 빨간 자막 나오면서 순환정전에 들어가야 하구요. 배터리 없는 오프그리드 하우스에서 온수기 코드를 뽑아야 하는 것처럼...
아침 저녁에 전력을 쓰는 가정집의 태양광 발전기가 전력망에 접속되어야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1 너른배미 2022.07.29 10:38
산골짜기에 작은 오두막을 구상 중에 있는데 off-the-grid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의 전제조건은 불편함의 감수입니다. 그리드에 연결된 것과 동일한 편리성을 누리자면 감당못할 비용이라 불편함을 깔고 설계 구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햇빛이 부족하여 작은 용량의 밧데리에 충전도 안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난방도 불가하므로 실내는 몇일 동안 견딜 만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조건들을 찾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어는 자료를 보니 실내 온도 18도가 어떻게든 살아 남을 수 있는 최저 온도라고 하더군요. 흐리고 눈도 내리는 상황에서 난방을 못할 경우 몇 일 만에 18도라는 한계 온도로 떨어질까,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는 것이 off-the-grid 삶을 위한 주택 설계의 관점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G 정해갑 2022.07.29 15:10
심장과 호흡기가 튼튼하면 13도 까지 괜찮을 것 같네요...
 
피코와 협력해서 잘 지으면 13도 이하로는 안떨어질 것 같습니다만...ㅋ
근데 왜 우리집은 수치상 3.6L 인데도 10도 이하로 떨어지는고야...

영국의 center for sustainable energy 자료입니다.
https://www.cse.org.uk/advice/advice-and-support/heat-and-health

Below 13° - If your home is this cold, it may increase your blood pressure and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14-15° - If your home is this cold, you may be diminishing your resistance to respiratory diseases.

18° is the recommended night time bedroom temperature.

19-21° is the recommended daytime temperature range for occupied rooms.

24-27º is too warm and can put babies and young children at ri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