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폐가 철거 후기 (feat. 빈집정비사업)

2 내집마렵다 13 313 08.04 01:10


패시브하우스를 짓기 위해 철거를 완료하여 1년간 정들었던(?) 폐가와 작별하였습니다.

몇달 전 라이브 방송에서 회장님이 땅을 사던 때부터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셨는데, 별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 기억나서 전답이나 나대지가 아닌 폐가를 매입했던 이유를 밝히고자 합니다.



골치아플지도 모르는 전, 답

 - 전,답에 집을 지은 후 준공을 위해서 형질변경을 해야 합니다. 행위허가를 위해 토목설계와 시공을 별도로 진행해야 하며, 농지전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면소재지의 100평을 기준으로 약 1700만원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 저렴한 전,답은 외진 위치여서 진입도로가 사유지이거나, 상하수도 설치 가능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인근에 전주와 통신주가 없는 등 이후에 벌어질 골치아픈 일이 가늠되지 않았습니다.


비싼 나대지

 - 대지로 형질변경이 된 채로 마사토나 자갈을 덮어 주택용지로 깔끔하게 판매하는 땅은 비쌉니다. 

 - 대지 상태로 매매시 양도세 등 세금이 몇 곱절로 비싸 가격 네고가 힘듭니다.


폐가는 철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만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 수도꼭지를 열면 물이 콸콸 나오고, 전기와 광케이블이 들어와 있는 모습에서 안심이 됩니다.

- 왠만한 마을은 진입로가 국유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공사 난이도가 쉬워집니다)

- 행위허가(토목설계, 시공), 농지전용 등 형질변경 절차가 필요없으므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 1가구 2주택 불이익을 해소하고자 빨리 처분하고 싶은 매도인과의 네고가 수월합니다.


덧붙이자면 폐가를 철거하여 공부를 정리하면 각종 대출과정에서 생애최초, 무주택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집 짓기 전까지 창고 한채가 생긴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이 글은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사업 후기]에 이어 '빈집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본채를 철거하는 이야기입니다.

( http://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4_04&wr_id=12735 )


1. 빈집정비사업 신청

 빈집정비사업은 폐가를 철거하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최대 60만원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주택개량사업과 함께 신청했는데, 사업계획서와 보조금교부신청서를 간단히 작성하여 신청하면 됩니다.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부가세를 납부한 증빙을 해야 하며, 전용 계좌도 발급받아야 합니다.

 슬레이트 철거 지원사업은 시청에서 업자도 붙여주고, 행정처리도 알아서 해주는 등 꽤 간편했습니다만, 빈집정비사업은 그런거 없습니다. 지원금 규모도 작아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통장에 보조금이 들어올 때에 약간 기분이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IMG_1008.JPG

 

IMG_1086.JPG


IMG_1265.JPG

철거할 건물의 모습입니다. 

 

2. 철거업체 견적 받기

 살면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몇 백만원짜리 견적을 받아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 긴장했습니다. 검색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폐기물 처리에 웃돈을 요구하거나, 기초 철거는 견적 범위에 없다는 이유로 두고 떠나버리거나 하는 낭패를 본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에 약간 긴장한 채로 철거업자를 찾아나섰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통해 지역의 철거업체 여러군데를 찾아 전화하거나 방문하여 상담을 받았습니다.

 총 4군데에서 견적을 받았고, 동네 어르신을 통해 한 군데를 소개받았습니다. 받은 견적서는 작업인원, 장비, 폐기물처리, 부대비용 네 가지 항목의 수량과 단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총 네 곳에서 받은 견적에서 하나같이 작업의 범위와 내용이 빠져있었습니다. 그래서 주택 본채와 창고, 기초, 담장, 폐기물 등 대지상에 모든 것을 철거 폐기하고 나대지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맞는지를 문자메세지로 묻고 확인하였습니다.

 약 40평 남짓의 블록조 주택과 창고를 철거하는데 최저 360만원~최고 750만원의 견적을 받았습니다. 동네 어르신이 소개해준 업체에서 받은 견적이 가장 비쌌습니다.


3. 철거신고 및 인입선 철거 요청

 최저가를 부른 업체와 구두로 계약하고 작업일정을 잡았습니다.

 시청 건축과에 찾아가 철거신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작은 규모의 단독주택이라 허가대상이 아닌 신고대상이어서 절차는 간소했습니다. 신고가 수리되고 문서를 교부받고 나서 착공해야 하며, 약 4일 정도 소요됩니다.

 이와 동시에 한전에 전화해서 전력계약해지와 인입선 철거를 요청했습니다. 인입전선이 철거되어야 건물 해체가 가능하며, 한전 방문 작업까지 이틀이 소요됐습니다.

 수도는 철거하지 않았습니다. 더 큰 용량으로 새로 인입한다고 하더라도, 건축공사 과정에서 물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착공 전 지질조사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합니다. 수도를 살려두면 지질조사시 물탱크차 비용(약 50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IMG_1264 - 복사본.JPG

 


4. 해체공사 착공

 

IMG_0758.JPG

 

IMG_1201.JPG

 

IMG_1216.JPG

 

 철거하기 전 주말에 땅 곳곳에 핀 잡초와 나무들을 제거했습니다. 몇년 묵은 말라비틀어진 수풀들과 나뭇가지를 제거하는 데에는 예초기보다는 전정기가 유리합니다. 전정기를 공수해서 장비빨을 세우며 시원하게 풀을 깎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별 필요 없는 짓이었습니다. (철거할때 들어온 포크레인은 생각외로 강력하고 정밀하게 미처 정리하지 못한 모든 나무와 풀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일반폐기물 정리와 폐기에 하루, 구조체 철거 폐기에 하루, 총 이틀을 예정으로 철거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IMG_1318.JPG

 알루미늄, 철, 전선 등 돈이 되는 것을 수집하여 고물상으로 싣고 가십니다.

 이외의 일반폐기물은 1톤차에 싣고 공공폐기물처리장으로 분주히 오가십니다.


 그러나 첫날 오후부터 스텝이 꼬입니다. 다음날 구조체를 철거하여 폐기해야 하는데 철거 사장님은 저녁이 다되어서야 폐기물 업체에 "낼 차좀 보내주소" 전화를 거십니다. 폐기물 업체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이야기한 모양입니다. "행정시스템상 하루이틀 소요되는 건인데, 작업 전날 말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라는 것이죠.

 사정을 살펴보니, 5톤 이상의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건설폐기물 처리계획신고필증"이라는 것을 교부받아야 합니다.

 "전에 다른 동네에서 할 때는 괜찮았는데..." 하시기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철거 사장님은 상가 인테리어 철거를 전문으로 하셨으며, 주택건물 철거는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불길한 느낌이 시작됩니다..



IMG_1334.JPG

 

IMG_1337.JPG

 

 

 작업 날짜를 며칠 미루어 구조체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포크레인이 열일합니다.

 부수는건 금방인데 폐기물을 분리하는 작업이 굉장히 빡세 보였습니다.

 철거 사장님과 직원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콘크리트 사이에서 내장재, XL관 등 일반폐기물을 골라내십니다.  지켜보기만 해도 굉장히 힘든 작업이라 지켜보다 음료와 주전부리를 끊임없이 공수합니다..


IMG_1358.JPG

 

IMG_1365.JPG

 

IMG_1367.JPG

 

 정화조는 철거 전에 내용물을 퍼내야 합니다. 시청 상하수도과에 연락하면 가까운 지정업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청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제 경우에는, 2000년대에 분류식 하수관 공사가 완료되어 정화조는 청소된 채로 묻혀 있었습니다. 철거하려고 파봤더니 빗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정화조를 철거한 후 빈 구덩이속에 건물과 함께 나온 거대한 바위를 넣고 흙으로 덮었습니다.


 

 해가 슬슬 넘어가려는 상황인데 작업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쉬는 짬에 철거 사장님이 슬슬 말씀하십니다.

 "15톤 앞사발이 5대로 폐기물 견적을 했는데, 그걸로 택도 없겠다"며...

 "포크레인 하루 쓰려고 했는데 내일까지 하루 더 써야 할 것 같다"며...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 같은데 좀 보전해 주셨으면 좋겠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해는 점점 넘어가고, 작업 분량은 한참 남은 상황입니다.

서로 말 없이 작업은 이어집니다만 이대로라면 다음날 현장에 안나오실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2일차 작업을 마칠 때쯤 금액 협의를 시작합니다.


나 : "비용을 얼마나 더 드려야 하는 상황입니까?"

사장님 : "잘 모르겠습니다...."

나 : "난감하네요...;;"

사장님 : "그러게요...;;"

 

 서로 한참을 한숨만 쉬다가, 폐기물 초과분은 제가 부담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다음날 3일차 작업까지 이어진 끝에 철거는 온전히 마무리 되었습니다.

 

IMG_1364.JPG


 다섯 차로 계획했던 15톤 앞사발이 폐기물차는 콘크리트를 세 번 더 싣고 나갔고, 저는 90만원을 추가로 부담했습니다.

 하루를 쓰기로 했던 포크레인은 이틀 동안 작업해서 철거 사장님은 장비대 55만원을 추가로 부담했습니다.


 정산 결과, 네 곳의 철거업체 중에 두 번째로 저렴한 견적을 주셨던 곳과 근사한 계산이 나왔습니다.

 

IMG_1372.JPG

 

IMG_1385.JPG

 

IMG_1371.JPG

 

IMG_1384.JPG

IMG_1368.JPG

 

건물이 철거되고 나니 오래된 축대 상태가 더욱 훤히 보입니다..




5. 철거완료신고 및 건축물대장 말소신청

 철거를 마치고 시청 건축과로 가서 철거완료신고서와 건축물대장 말소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인터넷으로 파악하기로는 "건축폐기물처리확인서"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서 폐기물업체로부터 발급받아 갔습니다만, 시청에서는 별도로 필요없이 '올바로시스템'에서 조회가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서류를 작성 날인하여 제출하고 며칠이 지나면 건축물대장이 말소됩니다.

 여기까지인줄 알았는데 한 단계가 더 남았습니다.



6. 멸실등기신청

 시청에서 건축물대장까지 말소되고 나면, 멸실등기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는 법원 시스템의 등기부에 건물을 말소하는 절차입니다.

 시청 민원실에서 "멸실건축물대장"을 발급받아 세무과에 방문해서 서류를 보여주며 7천원 가량을 납부하면 "인지세 납부필증"을 줍니다.

 이 두 가지 문서를 챙겨 법원 등기소에 직접 방문하여 멸실등기를 신청하거나, 시청에 촉탁등기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시청에 방문한 김에 건축과에 들러 촉탁등기를 요청하였습니다.

 

 약 5일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멸실등기가 완료되는 데까지 3주 가량이 소요되었습니다. 큰 사정이 없다면, 법원 등기소에 직접 가셔서 신청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민원24에서 등기부등본을 조회하여 '폐쇄'상태인지 확인하면 됩니다.

 이렇게 철거, 건축물대장말소, 멸실등기까지 완료하여 건물 철거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7. 보조금 지급신청(빈집정비사업)

 보조금 지급신청서와 함께 철거업체와의 세금계산서, 계약서, 청구서와 함께 작업 전,중,후 사진을 건축과의 담당자에게 제출하였더니 며칠 후 60만원 보조금이 입금되었습니다.





철거견적을 받았던 모든 업체에서 행정처리는 건축주가 직접 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건물을 철거하며 이러한 과정들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혹여 폐가를 철거하시는 분들께 약간이나마 예방주사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지질조사편 입니다.


피코네 여러분 모두 즐건 하셔요..!!

Comments

M 관리자 08.04 10:05
별도의 전용 게시판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2 내집마렵다 08.04 12:00
개인적으로 좀 특별한 경험이어서 쓰긴 했는데
써놓고 보니 좀 tmi인것 같기는 하네요....;;
좀 자제하는 것으로...
3 trueman 08.04 12:51
이런 세세한 후기는 정말 환영합니다~! 흥미진진하네요. ^^
2 한엄지 08.04 14:19
폐가 사서 재건축하는 분들께 많은 도움될 거 같은데요?ㅎㅎㅎ
잘 읽었습니당
G 최은경 08.04 14:29
철거가 끝나셨군요.
생생한 후기 너무 좋습니다.
글 쓰시는것도 재밌고, 이해도 쉽고요.
TMI 완전 환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M 관리자 08.04 14:48
아.. 아니어요. 반대로 보신거여요..
내용이 너무 좋아서.. 이대로 묻히기는 아까운 글이라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서 시리즈로 적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의미였습니다.
2 내집마렵다 08.04 17:18
아하... 부끄럽군요 ㅠ
이래저래 검색하시다 보면 보실 분들께 닿겠지요...ㅎ
트루맨님 한엄지님 최은경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 양치는목동 08.04 17:52
관리자님 말씀대로 전용 게시판으로 기록되면 좋겠습니다.
피와 살이 되는 현장 정보 감사하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4 잡자재 08.05 08:37
진짜 시작이군요 ㅎㅎㅎ
화이팅입니다!!!
1 노리플라이 08.05 09:30
아 뒷산에 나무들이 너무 좋아보입니다. 부럽습니다!
시리즈 기대하겠습니다^^
2 내집마렵다 08.05 13:51
응원 감사합니다...ㅎㅅㅎ
1 dhka 08.06 00:21
대출부터 폐가를 알게된 루트 등 모든게 궁금합니다^^ tmi 적극 환영이요.
G 시설 08.08 11:16
"폐가를 철거하여 공부를 정리하면 각종 대출과정에서 생애최초, 무주택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너무 구미가 당기는 문장이네요..!! 언젠간, 여유가 된다면 생각하고자 했던 뜬구름 꿈같은
'나의 패시브 하우스' 였는데  회원님의 소중한 경험담 덕에 좋은걸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