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환기장치 + 대류냉방 후기_2_설치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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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환기장치 + 대류냉방 후기_2_설치과정

2 OriginChoi 9 1,698 07.15 23:04

 

안녕하세요 늘 피코네에서 정보만 얻어가는 사람입니다.

 

이번 6월 초에 제 집에 제습환기장치인 휴미컨을 설치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글만 길고 딱히 대단한 내용은 없으나, 이리저리 고생을 했다 정도만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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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에 아들이 태어나고, 혹독한 여름과 혹독한 겨울을 한번씩 나면서 어떻게든 아이에게 항온항습을 해주고 싶어 발버둥을 치다보니 거대한 관리비의 폭탄을 때려맞았습니다.

 

00_24년8월관리비.jpg

(물론 여기엔 메인컴프가 사망하고 보조컴프만 돌던 에어컨의 몫이 컸습니다..)

 

올해 봄이 되자 이렇게 사는건 안되겠다 싶어서 집 리모델링을 준비했습니다.

 

피코네 글들은 아마 해외근무하던 시절에 2016년인가부터 로그인 안하고 봤던거 같은데..

 

실제로 제 집에 적용하려니 정말 이걸 현실화하는건 너무 어려운 일이 되더군요.

 

요구사항을 얘기하면 고개를 내젓거나 거의 신축급 견적을 제시하던 업체들을 뒤로 하고,

 

가장 필수적인 설비들만 고쳐서 계획중인 주택을 지을때까지 대충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여름에 가습기, 겨울에 제습기로 작동하고 있는 괴상한 전열교환기를 바꾸기로 합니다.

(여담이지만 저 "전열"교환기라는 이름이 전 정말 맘에 안듭니다.. 차라리 현열교환기라고 하던가..)

 

08년에 아파트 지어질 때부터 있던 구식 판형 전열교환기는 드디어 안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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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맨 처음 설치를 고려했던 것은 컴포벤트였습니다.

 

잡자재 측에 기존에 전열교환기가 설치되어있는 아파트 실외기실에도 설치가 가능한지 문의를 했고,

 

친절한 직원분이 실외기실 내 필요공간의 크기를 숫자로 알려주셨습니다.

 

01_평면도.png

 

근데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도저히 설치할 공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 안에 거대한 시스템에어컨 실외기도 들어가야 해서 결국 포기를 했습니다.

 

 

그냥 천장형 환기장치를 대충 아무거나 달아야하나 하다가.. 휴미컨이라는 제품을 발견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환형 환기장치에 데시컨트 제습기가 달려있는 구조입니다.

 

물론 환기와 제습이 동시가동하는건 아닙니다.

 

RA쪽에 계측기가 있어서 일정 습도값에 도달하면 OA/EA는 닫고 실내 폐루프로 제습이 돕니다.

 

그러다보니 구조적으로 제습이 되면서도 실내 공기온도 상승이 되지 않습니다.

 

개꿀..

 

 

문제는 저 제습기능이 온전히 데시컨트 소자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히트펌프도 같이 돌아야합니다.

 

휴마스터측에 문의를 해보니 제습기능이 작동하면 약 750w 정도 소모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환기장치의 전원을 어디서 끌어올지를 좀 고민하고 설치를 해야 합니다.

 

03_분전함결선도.jpg

분전함을 열어 확인해보니 다행히 30AF/20AT 차단기가 환기장치용으로 따로 설치가 되어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설치하고도 남습니다.

(참고로 최근 전력계로 측정해보니 기동시 같은 피크치엔 750w이 아니라 900w까지도 올라갑니다..)

 

 

한가지 더 고려해야하는 점은, 휴미컨은 제습하고 나온 물을 버릴 자리도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보통 에어컨 실외기실에 설치를 하면 우수관 하부에 드레인을 보내는 경우가 많으니 문제가 없는데,

 

일반적인 베란다 공간에 설치고려를 하셨던 분들은 물을 어떻게 버릴지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배관을 재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 관을 깔 것인지 고민을 해야합니다.

 

이리저리 환기배관도를 보다가, 예산 문제로 기존 배관을 재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플랫덕트.jpg 

 

사실 디퓨저가 100파이 길래 저는 배관도 전부 100파이짜리 관이 깔려있는 줄 알았습니다.

 

시스템에어컨 설치하면서 천장 속 공간을 보니까 디퓨저만 원형관이고 배관은 플랫덕트 더군요.

 

 

여튼 조건들이 확인됐으니 휴마스터측에 연락해서 견적을 받고,

 

손을 덜덜 떨며 지갑을 열어 계약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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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머릿속으론 뚝딱 교체만 하면 될거 같은데, 실제론 참 쉽지가 않습니다.

 

천장형이라 괜찮을 줄 알았드만 휴미컨도 730*950*350 라서 간신히 들어갈 정도입니다.

 

원래 잡자재 필터박스를 달아보려고 했는데 배관 꺾을 공간이 안나온다고 해서 그것도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무게가 50kg가 넘어서 천장에 앙카로 고정시킬 때 사람의 손으로 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무조건 리프트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인데.. 실외기실에는 실외기가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실외기를 철거하고, 휴미컨을 달고, 시스템에어컨 설치만 따로 해야합니다.

 

그래서 에어컨 업체와 휴마스터쪽과 양쪽으로 엄청 전화를 해가며 일정조율을 했는데..

 

에어컨 업체에서 "기존 실외기 철거만을 위한 방문은 인건비 소모가 너무 크다" 라고 거절했습니다. ㅠㅠ

 

04_실외기철거.jpg

 

엄청 고뇌하다 최종적으로는 무료철거만 해주는 분을 따로 찾아서 아아 한잔 사드리고 퉁 쳤습니다.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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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실외기 단독 철거라는 난관을 넘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일단 기존에 달려있던 전열교환기와 사운드박스를 털어냈습니다.

 

05_기존환기장치철거.jpg

 

어찌나 들어있는게 없는지, 휴마스터 직원분이 혼자도 들겠다고 하시더군요 --;

 

 

문제는 휴미컨은 OA/EA 모두 150파이 관을 사용하고 있는데, 제 집은 125파이가 시공되어 있습니다.

 

이걸 코아링을 해서 확장으로 뚫어야 합니다.

 

02_배관도.png

 

다행히 휴마스터 측에서 올인원으로 사람을 다 수배해주셔서 작업자분이 오셨는데..

 

하필 제 집이 저층세대라 외장재로 쓰인 마천석 석재가 깨질 위험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게다가 석재의 가운데도 아니고 딱 가장자리에 타공되어있는 위치라 본인도 불안하시다고..

 

06_1_후드캡.jpg

 

관리실에 미리 양해를 구해서 코아링 허락은 받았는데, 외장석재 깨지는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눈에 엄청 잘 띄는 공용부분 외장재라 깨지면 그걸 제 돈으로 보수를 해줘야 하는데.. 아..

 

얼굴이 하얗게 질려 한 15분 정도 뇌절와서 아무 말 못하고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엎어야하나 108번뇌를 때리다가..

 

이미 실외기랑 전열교환기 다 뜯어놨는데 이러다가 죽도밥도 안될거 같아서 그냥 go를 외쳤습니다.

 

코아링 사장님한테 외장재 뚫을때 제발 천천히 작업해달라고 50번은 넘게 얘기한거 같습니다.

 

06_2_코아링.jpg

 

07_코아링(외벽).jpg

 

최종적으론.. 문제없이 잘 뚫었습니다. 휴~

 

 

 ---

 

이제 산을 거의 다 넘었습니다.

 

준비가 다 끝났으니 기계 설치만 하면 됩니다.

 

08_휴미컨.jpg

 

제품 온거 보니까 박스부터 이미 무식하게 크고 무겁습니다.

 

디자인을 보자마자 이건 진짜 공대생이 만들었구나 싶습니다(...)

 

09_휴미컨설치리프트.jpg

 

실외기 있던 자리에 리프트를 놓고..

 

10_휴미컨설치완료.jpg

 

무사히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11_OAEA위치변경.jpg

 

위 사진에서 OA/EA 위치가 바뀐걸 보실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실외기 루버창 옆에 OA가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에선 에어컨을 돌리면 OA로 실외기에서 토출된 뜨거운 공기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어느정도 큰 의미가 있을지는 제가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만..

 

휴마스터측에 미리 요청을 해서 위치를 바꾸어 배관해달라고 했습니다.

 

12_시스템에어컨설치.jpg

 

그리고 최종적으로 크고 아름다운 애증의 LG 시스템에어컨 실외기가 들어왔습니다.

 

언제까지 대류냉방과 함께 살아야하는지..

 

다시금 내집마렵다님이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나중에 제 집 지을때는 반드시 복사냉방 넣어서 사람들한테 비틱질을 시전해보겠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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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푸념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넷 어딜 뒤져봐도 휴미컨이라는게 있고 그걸 설치했다는 업체들의 시공후기만 있지,

 

실제 사용자의 후기는 잘 찾아보기가 힘들더라구요.

 

개인적으론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의 지옥더위를 이거 없었으면 못 버텼을거 같습니다.

 

만약 비용같은걸 제외하고 궁금하신게 있으시다면 제가 아는 한에서는 답변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광고는 아닙니다 --;;

 

Comments

M 관리자 07.16 06:57
감사드리고 고생하셨습니다.
아파트라서 다행(?)이지, 빌라에서 이렇게 타공을 하셨으면 외단열이라 아랫집 누수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전력요금 데이타를 쌓고 싶었는데, 환기장치 자체를 잘 사용하지 않는 세대의 데이타라 폭망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력량 데이타가 무척 기대됩니다. 그러면 확실히 무언가 미리 알려 드릴 수 있기에, 저희도 그렇고 휴미컨도 영업에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OriginChoi 07.16 09:25
@관리자 // 아 환기배관 사진 추가하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이미 댓글을 다셨군요 ㅎㅎ 아마 빌라였으면 생각조차 안했을거 같은데, 08년식 아파트인데도 나름 1군 브랜드인 덕인지 환기장치가 기설치 되어있길래 덤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전력미터를 두개 더 달아서 집 전체 전력량과 에어컨 단독 소모량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7월 말 지나고 한번 더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몇년간 정보만 얻어가는 사람이다가, 유의미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서 나름 뿌듯하네요. ㅎㅎㅎㅎ
1 우헤헤 07.16 15:53
30년 된 아파트를
준(?)패시브로 리모델링 해볼까 생각중인데
많은 정보와 큰 용기 얻었습니다 =]

남은 여름도 쾌적하고 즐겁게
나시길 바랍니다 !
1 김동윤 07.16 18:46
샤시도 모헤어 교체없이 2008년식 그대로 인가요?
2 OriginChoi 07.16 20:25
@우헤헤 // 아파트 리모델링을 직접 본인 손으로 작업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해주는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성공하시길 빕니다..!

@김동윤 // 기존 창호도 압착식이라 기밀성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는데, 투명 문풍지 등으로 좀더 보완했습니다.
3 내집마렵다 07.16 22:39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습이되는 집은 진짜 사랑입니다
2 OriginChoi 07.17 11:29
@내집마렵다 // 요즘 같은 장마에도 집이 24시간 50%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는게.. 이렇게 좋은건줄 처음 알았습니다 ㅋㅋㅋㅋㅋ
4 재섭 07.23 12:52
천장형인게 약간 아쉽네요, 천장형이 관리가 너무 빡세서 ㅠㅠ
그래도 큰결심하시고 결단내린 그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2 OriginChoi 07.23 14:19
@재섭 // 공간이 좀만 더 넓었다면 잡자재 필터박스를 측면으로 달아보려고 했는데.. 쉽진 않았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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