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공기] 착공, 기준선, 주도적 자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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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공기] 착공, 기준선, 주도적 자율성

4 장지훈 0 271 09.30 00:17

착공 첫 날 필지 예정 분할선 등 복잡한? 규준틀과 기준선 작업으로 다소 정신 없는 하루.

 

광파기로 우아한 측량을 해야겠지만, 1,000평 넘는 그것도 6m 레벨 차이 땅의 각종 기준선을 전형적인 방식으로 하루만에 작업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비온후풍경의 취약점 중에 하나인 측량 전문성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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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목수2, 멀티(김사장)1, 장비1 등 자원으로 토목측량사무실에서 제공 받은 대지경계선과 지적공사 측량점을 기준으로 5cm 정도 오차를 확인, 보정하여 규준틀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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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공사 후 벽체 작업을 위해 기준선과 각종 먹 작업이 끝나면, 상상 속의 공간감이 구체적인 공간감으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토목 역시 대지경계선을 기준으로 각종 기준선이 표기되면, 각각의 구조물과 3동의 집합 건물의 공간감을 실효성 있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기준점과 기준선을 표시했을 뿐이지만, 이미 구조물의 위치와 스케일감을 확인할 수 있고, 기초 외곽선, 건축물의 높이, 1.5m 이상 깊이의 처마 등이 있는 건축물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도면의 수많은 치수 역시 중심선을 기준으로 작성되며, 건축물 외벽 중심선 역시 땅의 각종 기준선을 기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일련의 시공 과정은 도면의 수많은 치수와 축열 등 기준선 등을 하나 하나 지워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작업을 통해 도면에 표현된 치수 중 건축물 외부와 대지경계선 사이에 표기된 치수는 쓸모를 다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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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 운반 덤프 일정이 변경되어 석재 반입 작업이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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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적 자율성은 시공 현장 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일 것입니다.

 

흔히 현장 기술자는 도면대로 혹은 시키는 대로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팀장급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자율성과 능동성이 아닐까 합니다.

 

김사장은 포크레인 기사로 엄밀하게 지시하는 일만 작업 해도 문제 없지만,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스타일 입니다. 레벨기도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나라시는 시키지 않아도 자동수평레벨기와 장비에 센서 연동해서 작업하며, 종종 배관 작업이 급하면 장비에서 내려 데모도도 마다하지 않으며(장비 기사들은 장비에서 내리지 않음), 부자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출퇴근 길에 철물점에서 직접 사오기도 합니다.

 

같은 장비라도 장비기사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작업량과 품질은 매우 큰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토목 현장에서 무작정 흙만 제끼는 장비 기사와 나무도 심어보고 돌 작업도 해본 장비 기사의 작업 결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많은 경험이 많다고 해서 주도적 자율성이 저절로 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목수인 손팀장도 하루 일과 끝나면 숙소에서 당일 작업 내용 정리와 다음날 작업 준비를 하고, 복잡한 디테일은 스케치해가며 내용 파악 후 문제점과 부족한 재료가 있으면 미리 상의합니다.

 

기술자 중 기술은 충분하지만 팀장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쉽게 말해 복잡하게 머리 써가며 일하는 것보다, 팀장보다 일당 조금 덜 받더라도 그냥 시키는 일만 하는게 속편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자가 훨씬 더 많다는 뜻입니다. 사실 경제적 효율성으로 따지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장인을 막연하게 찾는 것보다, 이러한 주도적 자율성을 갖춘 기술자를 우대할 수 문화가 더 절실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비교견적에서 이러한 자율성은 견적서 항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품질, 서비스 등으로 고려하면 개인적으로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비교견적이란 시스템 속에선 비교 자체가 불가합니다.

이러한 이유에는 종합건설 중심 하도급 문화에서 기인된 관행적 요인이 있습니다. (복잡한 이야기는 생략)

 

그리고 이러한 기술자들과 더불어 현장을 리드할 수 있는 실무형 관리자 (소위 현장소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자들이 있어도 리더가 없다면 별 소용이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그나마 역량을 갖춘 기술자들은 제법 있지만, 전문성 있는 현장 소장의 수요와 공급은 문제가 많은 부분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건설업의 낙후성과 무관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요점은 있지도 않은 장인을 찾는 것보다 주도적 자율성을 갖춘 기술자를 우대하는 문화가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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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당일 김사장은 포크레인 기사가 아닌 일당 30만원 (경비 포함) 받고, 현장 데모도로 왔습니다.

 

 

이유는 복잡한 각종 기준선 작업하면서 목수가 잘 못하는 일을 좀 돕고, 중간중간 대화하며 현장 상황과 포인트를 미리 감 잡으라는 취지입니다. 더불어 출퇴근 거리 확인하고, 각종 부대 준비물 알아서 준비하라는 취지와 현장에 잡석 크기 돌들이 제법 있으니 어떻게 작업할지에 대한 이야기 등. 다목적 포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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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직능의 고유성을 전문성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칫 폐쇄성을 유발하여 전체의 유기적, 체계성과 분리된 오류를 범하기 쉬운 대상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 기술이든 디자이든 잘 꿸 수 있어야 보배같은 집이 되는 것입니다. 도면만 그리는 건축사와 타일만 붙히는 타일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구슬을 잘 꿸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 주도적 자율성이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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