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내부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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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내부차양

2 OriginChoi 5 922 07.31 14:59

 

안녕하세요 피코네에서 항상 정보만 얻어가는 사람입니다.

 

1.

이전에 DIY 외부차양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s://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4_04&wr_id=16328)

 

집이 삽시간에 포장마차로 변신하는 효과와 별개로, 

 

관리자님께서 일사에너지 차단 효과가 놀라울 정도로 좋을거라 하셨는데..

 

사실 제가 원하는 만큼의 효과는 아니었던 듯 싶습니다. -_-;;

 

분명히 효과가 크긴 했는데 생각보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열이 많았습니다.

 

남동향으로 거대한 창이 있어 들어오는 일사에너지의 양이 너무 막대한 탓도 있고,

 

2층인 탓에 1층 대지에서 강력하게 달궈진 열이 올라오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제가 가볍고, UV에 강하고, 방수여야한다는 세가지 조건에만 집착하는 바람에

 

밖에 걸어둔 타포린 천이 가시광선을 너무나 잘 투과시킨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천을 다른 것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건 내년에 하기로 하고 올해는 새로운걸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2.

협회에 올라온 수많은 질문들 중에 "외부차양이 불가한 상황이면 어떡해야 하냐"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렇게 이리저리 찾다가 한솔홈데코의 아트에코 블라인드라는 제품을 추천 받았습니다.

(https://www.hansolhomedeco.com/extension/deco/product/index.do?depth2MenuId=MENU0000000000010290&depth3MenuId=MENU0000000000010291)

 

자세히 읽어보니까 이거 독일의 데어슈츠 블라인드와 꽤 비슷한 제품 같습니다.

 

실내온도를 낮춰주는 고급 블라인드로 이름이 높죠.

 

물론 블라인드에 몇백을 태우겠다는 선택지는 제 뇌 안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게 왜? 어떻게? 가능한 방법인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길고 긴 잡소리 읽기 귀찮으신 분들은 바로 5번으로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3. 

일단 일사에너지가 뭔지 그것부터 고민을 해봤습니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광자이론을 배제한다고 할 때) 파동에너지로 이해할 수 있고,

 

그 파장의 길이에 따라 자외선7% / 가시광선43% / 적외선50% 로 나누어집니다.

(물론 비율은 이런저런 환경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습니다..)

 

그리고 파동을 차단하는 방법은 상쇄 / 흡수 / 반사 세가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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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쇄는 논외로 하고, 일사에너지의 차단은 흡수와 반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 중에 흡수를 통한 차단은 효율이 떨어지며 실내에선 실행할 수가 없습니다.

 

검정색 암막커튼을 실내에 단다고 일사에너지가 차단되지 않으니까요.

 

유리창을 통과한 일사에너지는 모두 암막커튼에 흡수되고 잠깐 동안은 차단되겠지만,

 

그 잠깐이 지나 커튼에 일정 이상의 열용량이 주입되면 적외선의 형태로 복사열을 실내에 방출합니다..

 

만약 이 커튼을 실외에 단다면, 일사에너지가 유리창을 통과해 집을 데우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일정시점 이후로는 커튼이 복사열을 방출하겠고, 이 방출방향은 실내로도 향합니다.

 

물론 그 양은 현저하게 작겠습니다만..

 

따라서 이 일사에너지를 아예 반사시켜 밖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3.

그렇다면 파동의 반사는 무엇이 제일 효과적인가 고민해보니 결론은 금속이 나옵니다.


이는 금속이 가진 자유전자 탓인데.. 빛이 금속에 조사되면 자유전자가 그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얻은 자유전자는 조사된 파동과 동일한 진동수의 빛을 방출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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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드루드 모형의 금속 고유의 플라즈마 진동수가 개입하는데,

 

자세한 과정은 저도 수업들은지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

 

여튼 요약하면 전기전도율이 높고 저항이 작아 전기가 잘 통할수록 파장을 잘 반사합니다.

 

자외선 적외선 가시광선을 가리지 않고 다 반사를 합니다.

 

거울을 만들때 은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외국 방화복 중에 반짝이는 모델들이 있는데 이것도 금속박막이 들어가 열을 반사시키는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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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얼마전 비엔나 출장 갔을때 봤던 대부분의 롤라덴들이 알루미늄색 그대로였던게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하는걸 깨달았습니다.

 

옛날의 외부차양들은 나무로 만들었지만 요즘은 알루미늄 EVB가 대세인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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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4_04&wr_id=16363)

 

만약 저 EVB도 알루미늄 간살을 검은색으로 코팅시켜버리면 에너지 반사효과가 떨어질 것 같습니다.

 

굳이 금속의 색깔을 노출시키는게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흰색으로라도 해야겠네요.

 

생각하다보니까 이 형질을 이용한게 유리의 로이코팅이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어쩐지 로이코팅도 안되어있는 우리집 유리창이 여름철마다 개 뜨거웠던 이유가 있었구나 싶습니다.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데어슈츠나 아트에코 블라인드도 비슷한 성질을 이용했을겁니다.

 


4.

여튼 알루미늄이 일사에너지 반사의 효능이 있다는걸 깨달았으니, 이걸 활용해보기로 합니다.

 

대충 유리창 뒤 실내에 알루미늄 호일을 두고 일사에너지를 반사시켜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좀 없어보이는게 단점입니다만, 의외로 FEMA에서 여름철 대안으로 권고할만큼 의미가 있습니다.

( https://www.fema.gov/ko/node/621323 )

( https://www.fema.gov/pdf/areyouready/natural_hazards_2.pdf ) 

 

그래서 레딧이나 구글에 aluminium foil window 로 검색해보면 은근 후기들이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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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reddit.com/r/Eugene/comments/1e9guq6/i_put_foil_in_my_southern_facing_windows_i_swear/)

 

자료의 보고인 협회 게시판을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홍도영 선생님의 귀한 글도 보았습니다.

( https://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4_04&wr_id=5688 )

 

한가지 좀 걱정되는 점은, 외국 후기들 처럼 호일을 붙일 때 유리의 열파손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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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축학회 건축기술지침 건축2) 

 

물론 일사에너지를 반사시키는 형태기 때문에 파손의 가능성은 좀 낮아지겠습니다만..

 

유리에 밀착시키지 않고 최소한의 공기유동층이 있도록 얼기설기 붙이기로 했습니다.

 

살짝 쫄면서 남향창이 있는 한쪽 방에만 알루미늄 호일을 간단하게 시공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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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충망이 있는 창은 실외에 호일이 위치하도록 붙이고, 나머지는 슬라이딩 이중창 사이에 붙였습니다.

 

생긴건 좀 미묘해지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납니다. 온도가 신기할 정도로 많이 내려갑니다.

 

DIY 외부차양만 있을때는 슬라이딩 이중창 바깥유리를 만지면 "아 개뜨겁다" 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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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내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커튼을 치면 어짜피 안보입니다.

 

 

5.

그래도 호일을 여름내내 유리창에 붙여놓는건 보기 싫은데다 심지어 등짝이 위험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뭔가 알루미늄 호일을 조금이나마 볼만하게 둘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열반사단열재를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협회에 저와 비슷하게 열반사단열재로 차양을 해보시겠단 분이 있으셨더군요.

( https://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4_04&wr_id=12742 )

 

물론 이분은 외부차양이고 저는 내부차양입니다만.. 일단은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좀 살만했던 장마시즌인 7월 15일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어짜피 단열성능은 필요없으니 알루미늄 박막이 붙은 제품 중 제일 얇고 싼걸 샀습니다.

 

열반사단열재 양쪽이 다 반짝거리는데 글자가 없는 면이 실외를 향하면 맞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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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충망이 있는 쪽은 유리창과 방충망 사이에 두니까 딱 좋은데..

 

없는 쪽은 아쉽지만 없는대로 유리에 딱 붙이지 않고 이중창 사이에 대충 세워놨습니다.

 

굳이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이지 않고 대충 세워놔도 직립이 된다는게 이 방법의 장점입니다.

 

아무래도 숫자로 보여드리는게 낫다 싶어 조악하게나마 마스킹테이프를 붙여놓고 적외선온도계로 찍어봤습니다.

 

 

01.png

 

이중창 실내측 유리 표면은 28.6도가 나옵니다.

 

실내기온은 26도 50%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거실창이 에어컨 실내기의 바람방향 반대편이라 그런지 약간의 온도편차는 존재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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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에 열반사단열재를 놓은 창의 온도입니다.

 

이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1.1도라는 훌륭한 표면온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03.png


문제의 실내차양 쪽 유리창입니다.

 

의외로 효과가 좋아서 실외에 열반사단열재를 둔 쪽과 약 3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6.

이 작업 이후로 약 2주간 올 여름의 역사적인 살인더위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효과가 커서 실내온도의 상승이 억제되는게 눈에 띄게 보입니다.

 

여름마다 남향창 때문에 온실효과가 나서 실내온도가 바깥기온보다 높았던 미친 환경에서 제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었나 싶네요.

 

딱 한가지 걱정되는건 유리의 열파손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건데..

 

제가 DIY외부차양도 같이 달아놔서 그런건지, 이런 살인적인 더위에도 아직 유리의 자파는 없습니다.

 

만약 유리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다시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7.

1994년 꼬맹이 시절에 너무 덥다며 부모님과 함께 야외취침 하던 어떤 날이 생각납니다.

 

애가 덥다고 땀을 줄줄 흘리며 못자겠다 찡찡대니 부모님께서 밖에서 자자고 하셨던걸텐데..

 

새벽에 해가 뜨니 얼른 저를 깨워서 집 안으로 후다닥 들어왔던게 기억나네요.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에피소드이자 추억이 되는데..

 

밖에만 나갔다 들어오면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얼굴이 빨개지는 제 13개월된 아들을 볼 때마다, 

 

야밤에 옷입고 이부자리 챙겨서 애 손 잡고 집 밖을 향하던 94년의 부모님의 마음이 갑자기 이해가 됩니다.

 

제가 휴미컨을 달고 시스템에어컨을 달고 복사냉방 시스템을 찾아보는 이게 딱 그 마음이었겠구나 싶네요.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더위임과 동시에 저는 제일 쾌적한 여름을 지내고 있습니다.

 

제 아들도, 저희 부모님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무사히 올 여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Comments

1 우헤헤 07.31 15:16
에어컨 없는 30년 된 아파트에서
더위와 싸우던 중
덕분에 마음만이라도 시원해졌습니다 =]
M 관리자 07.31 15:30
글 감사합니다.
과학적 접근도 고맙습니다.
4 재섭 07.31 19:43
외부에서 봤을때 사진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ㅎㅎ
2 OriginChoi 07.31 20:39
@우헤헤 // 감사합니다. 몸도 마음도 시원해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관리자 // 관리자님도 쾌적한 하루 되세요~
@재섭 // 찍어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의미는 없는게.. 어짜피 외부차양이 창을 다 가리고 있어서 밖에선 열반사단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ㅎㅎㅎ
1 연구년집돌이 08.01 22:41
지난번 포차 차양도 그렇고 실험정신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렇게 할 용기는 없지만 매번 영감을 받고가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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