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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누군가에겐 그저 하나의 집이겠지만, 우리 가족에겐 삶의 철학과 감사를 담은 결과물입니다. 이 여정의 출발점엔 한국패시브건축협회가 있었습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저희 가족의 집 ‘심천재(心泉齋)’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올해 3월, 경남 장유 대청계곡 자락에 저희 가족의 보금자리인 ‘심천재(心泉齋)’를 완공했습니다.
약 2년 전, 한국패시브건축협회를 통해 문과 출신의 건축주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건축이라는 전혀 낯선 분야에 조금씩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협회의 전문가님들, 특히 관리자님의 놀랍도록 친절한 글들과 무지한 초보의 질문에 달아주시는 답변을 통해 큰 감동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협회에서 제공해주신 글들과 Q&A, 그리고 건축의 악(樂) 유튜브 시리즈는 저에게 많은 웃음과 배움을 동시에 주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계속하다가, 작년 3월부터 본격적인 상가주택 신축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시공업체를 만나 12개월 만에 무사히 준공을 마칠 수 있었고, 제가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안을 드렸을 때 “의미 있는 시도이니, 우리가 안 해본 것도 공부하는 셈 치고 해보자”는 열린 자세로 협조해주셔서 많은 부분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부분과 충분히 반영 가능한 요소들을 구분하여 적극적으로 협의해준 건축사사무소와 시공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1. 마음이 머무는 집
‘장유 대청 심천재’는 단순한 주택이 아닙니다.
자연 속에서 가족과 삶의 본질을 담기 위해, 문과 출신 건축주 부부가 1년 동안 매일같이 현장을 지키며 한 줄의 선, 하나의 질감, 하나의 채광까지도 삶의 흐름과 마음의 결을 따라 설계한 집입니다.
2.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붉은 벽돌
불모산 자락, 대청계곡을 바라보는 자리에 지어진 심천재는
붉은 벽돌 외장으로 주변의 하얀 집들과는 다른 따뜻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벽돌의 색감이 풍경과 어우러지고, 시간의 흐름이 벽면 위에 고스란히 쌓입니다.
3. 삶의 중심이 되는 공간들
남쪽의 반아치형 창은 햇살과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북쪽과 서쪽의 큰 창은 대청계곡을 액자처럼 담아냅니다.
복층 거실, 높은 천장, 노출 콘크리트 마감, 고급 목재 루버와 간접조명은 세련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공간을 완성합니다.
겨울엔 벽난로가 가족의 대화 중심이 되고, 아일랜드 주방은 일상 속 소통의 무대가 됩니다.
4. 아이들을 위한 상상과 실용의 결합
다락방, 천창, 빨래통 시스템 등 세 아들의 일상과 상상을 고려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천창으로 쏟아지는 자연광은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고,
다락은 아이들의 창의적 아지트가 되었으며,
3층까지 연결된 빨래통은 실용성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5. 일상 속 힐링, 디테일 속 철학
안방 욕실의 조적 욕조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며 휴식을 즐길 수 있고,
3층 발코니는 바비큐와 가족모임이 열리는 야외 거실입니다.
계곡으로 향하는 돌계단은 자연과 집을 직접 연결하는 또 하나의 통로입니다.
6. 패시브 철학을 담은 설계와 시공
비록 공식적인 패시브하우스 인증은 없지만,
단열과 기밀, 자연 환기와 열 손실 최소화 등 패시브 철학의 핵심 원리를 실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면:
외단열이 끊기지 않도록 경사지붕, 베란다, 파라펫 전체 설계
에레베이트 평지붕에는 역전지붕 과 태양광적용
모든 화장실과 조적욕조에 이중배수 구현
3면 로이코팅 투명유리 사용
협회에서 강조한 시공 순서인
골조 → 창틀설치 → 방수테이프 → 단열재 → 외장 마감을 철저히 따르며
“물 한 방울 새지 않는” 집을 완성했습니다.
협회에서 공부한 대부분의 내용을 고집스럽게 실현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기능적으로도, 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집이 탄생했습니다.
7. 함께 만든 이들에게
이 집은 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1458건축사사무소 최건축사님과 담담 김팀장님,
계림건설 박대표님과 현장 총 책임자이신 이소장님, 그리고 시공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패시브협회의 관리자님과 전문가님들께는
문과 출신의 초보 건축주의 끝없는 질문에 지치지 않고 답해주시고,
지식과 철학을 나누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사실, 올 3월 준공 후 감사 인사를 꼭 드려야지 마음먹었지만,
이제서야 글로 남깁니다.
늦었지만, 진심을 담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8. 심천재, 깊은 샘처럼 흐르는 집
‘심천재(心泉齋)’는 ‘마음의 샘이 깊이 솟아오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입니다.
이 집은 단지 기능적인 주거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고, 가족의 온기가 흐르며,
건축주의 철학이 머무는 삶의 터전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문과 출신의 건축주 부부가 1년 동안 매일같이 발로 뛰며 완성한 여정이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이 집은 그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배우고, 가족을 느끼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하나의 삶의 방식입니다.
심천재에서 흐르는 이 마음이
협회회원 여러분의 집짓기 여정에도
잔잔한 영감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좋은 집에서 편안한 삶이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