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공기] 견적 협의

이런 저런 이야기

설계/시공/하자 등의 모든 질문 글은 해당 게시판에 해주세요.

여기에 적으시면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설공기] 견적 협의

4 장지훈 0 311 09.21 00:28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작심 3일이 되어 버리는 일 중에 하나가 기록 작업입니다.

“이번엔 꼭 일기를 써보자.”

하지만 초반 몇 일 열정을 발휘하다 바쁨을 핑계를 늘 유야무야 되는.

그래서 이번에는 결기를 다지며 공공 장소인 협회 게시판을 활용해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설계와 시공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건과 사연들에 대해 건축주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


이번 프로젝트는 ‘까사 디 코다’라는 애견 펜션과 패시브하우스

이름은 건축주께서 이미 작명해 놓은 지으신 이름으로 이미 유튜브도 운영중 입니다.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정말… https://www.youtube.com/@casa_di_coda.

그 애정이 애견 펜션과 패시브하우스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까사 디 코다는 제척 면적 제외하고 개발행위 면적 약 1,000평 남짓 땅에 객실 1동, 근생(사무실·커뮤니티) 1동, 단독주택 1동 (패시브하우스 협회 인증 예정)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단층 목구조 입니다.


초기 계획안은 객실이 2동이었지만, 비용 문제로 한 동은 준공 이후 다시 짓기로 했고, 현재 설계는 약 70% 진행된 상태로, 얼마전 개발행위 인허가를 완료하고 토목, 조경 공사 준비 중입니다.


토목과 조경(일부) 공사 먼저 진행하면서, 건축허가와 실시설계를 병행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입니다.


사실 올 봄 착공 예정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제야 착공하게 되어 지체된 일정 등을 감안하여 설계와 시공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동시에 진행하는 것입니다.


.


지난 15일 토목, 조경(일부) 견적 관련 건축주 미팅이 있었습니다.


타이밍 상 제 입장에서는 공사 전 세부 견적 내용에 대해 설명 드리고, 금액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건축주분 역시 입장은 다르겠지만 동일한 목적이 아니였을까 합니다. 


견적 작업은 한 번에 OK 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건축주와 견적 협의하기 전, 내부적으로도 몇 번을 이랬다 저랬다하는 것이 견적이고, 건축주 미팅 후 또 이리저리 방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견적 작업입니다.


 


토목이란게 대체로 기능적인 작업인데, 특별히 변수가 많을까 할 수도 있지만, 각종 스펙, 시공 방법, 수량, 현장 여건 등에 따라 편차가 꽤 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경사지 레벨 극복을 위한 토목구조물이 보강토가 아닌 석축쌓기로 계획되어 있어, 변수가 더 많습니다. 더불어 일부 조경공사를 포함한 복합공정으로 진행 예정입니다.


일례로 15톤 덤프 기준으로 돌 수량만 100차 분량인데, 홍천 석산에 돌이 없다는 사실을 한 달 전에 인지하여(예전엔 일부러 홍천 석산에서 가져다 쓰기도 했는데), 부랴부랴 돌 물량 수배 중인 상황입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운반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토목구조물이지만 모두 조경쌓기로 계획되어 있으며 쌓기 방식도 4가지 타입으로 구분되어 있어, 각각 타입에 맞는 돌의 수급을 먼저 확인해야 유의미한 견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견적서에 수량 및 단가 당 재, 노, 경으로 명기되지만, 이 숫자가 산출되기까지 여러 과정이 수반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식재 리스트와 내역은 수없이 반복되며 더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


건축주분께서 현재 가용 비용을 확인해 주셨고, 저는 공사 항목별 현재 카운팅 된 비용과 세부 내용을 설명 드렸습니다.


image.png

image1.png


내역 집계표 항목을 클릭하면 항목별 내역서가 있고, 항목별 내역서를 클릭하면 세부 상세 내역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노션을 활용해서 자체 제작한 플랫폼(건축 설계-시공 통합 플랫품 B+D&C ‘네오’)으로 웹 상에서 실시간 확인 가능하며,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변동성 역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목구조물은 도면 기준 타입별 석축을 구분해서 각각 기본 정물량을 산출하였고,

image3.png

KakaoTalk_20250921_002048394.jpg

 

KakaoTalk_20250921_002048394_01.jpg

 

 

물량산출표를 기준으로 타입별 석축 재료비를 산출합니다.

image4.png


그리고 석축 작업 및 돌 담장 작업 할 작업자로부터 직접 받은 (예상) 노무비와 경비(장비) 내역입니다.

image5.png

 


내역 집계표에서 엑셀 한줄에 표현되는 재,노,경 숫자는 그 이면의 여러 단계의 절차와 과정을 통해 산출되는 보이지 않는 내용이 있습니다. 


설계 단계에서 보강토와 석축 금액 비교와 장,단점을 설명드렸고, 설계 시 합리적인 공사비 산정을 염두해 두고 작업하였으며, 정밀한 내역을 산출하기 위해 작업자와 사전에 만나서 내용을 설명 후 받은 비용이며, 이를 다시 확인하면서 2~3번 피드백을 통해 산출된 내용입니다. (토목, 조경 뿐 아니라 건축, 인테리어 역시 원리는 유사합니다. )


그리고 이렇게 산출된 견적 내용도 향후 변동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 공사비입니다.

 

.


견적 관련 미팅에서 크게 이슈가 없었던 것은, 이러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설계 과정 중간중간에 건축주와 의견을 이미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기본 설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오면 건축물은 요소별, 부위별로 블럭화가 가능합니다. 즉, 건축물의 매스(Mass)가 결정되면, 카테고리화, 블럭화가 가능하며, 블럭을 요소별, 부위별 항목으로 다시 관계지어 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건축의 해부학’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구조, 바탕, 마감(내,외부), 전기, 설비 등이며, 설계 요소를 공종과 연계하여 카테고리, 블럭요소로 이해하는 것 이 중요한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테트리스 게임이나 퍼즐 처럼 이것저것 떼었다 붙혔다 하면서 공사비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테트리스, 퍼즐 게임 몇 번 반복하다보면 기본 설계에 대한 예산이 타당한지 타당히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토목, 조경 역시 이러한 원리는 유사합니다.)

 

물론 경험이 많으면 ‘직관’적으로 판단 가능합니다.


그리고 공사비에 결정적인 영향은 건축가들의 디자인 매스(Mass)가 우선합니다. 협회 기술자료에 A/V 값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똑같은 면적이라도 시공 물량은 얼마든지 상이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난위도의 문제가 있습니다.


전자의 방식이 ‘칼(수술’)을 써서 견적을 점검하는 방식이라면, 설계 초기 단계에서 비용을 점검하는 방식은 ‘약’을 써서 하는 방식이라 비유합니다. 우스게 소리로 건축가들의 디자인 열망이 과도하게 표출되는 것을 ‘뽕’이라고 하며, 디자인 뽕은 칼(수술)로 고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외형은 멋진 건물인데, 각 종 하자에 시달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디자인 뽕은 아무리 정교한 외과의사의 칼로도 어쩔 수 없기 때문입니다. 뽕이 아닌 작품이 되고자 한다면 실력 있는 외과의사와 더불어 돈이 필수 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돈이 거짓말하지 사람이 거짓말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 반대가 아닐까 합니다. 금융인들의 말을 빌어보면 “돈 만큼 예의 바른 것이 없다”고 합니다.


견적서는 일종의 형식으로 이러한 형식을 통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숫자(돈)가 의미하는 실재적 가치이며, 행위, 기술, 품질, 서비스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견적 내용(공사비)은 비교 견적 엑셀 시트에 표기된 숫자로 고정될 수 없는 대상입니다. 그리고 비교 견적이란 방식은 서비스와 품질, 태도, 가치 등의 항목은 평가가 어렵습니다.


시공 행위 자체만 생각하면 기성품인 보강토를 소비자가로 계약하는 것이 수익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지만, 다소 어렵지만 설계 내용에 대한 해석과 솔루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것이 ‘디자인 의도’를 이해하는 근간일 것이며, 서비스와 품질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합니다.


.


1차 견적 협의 후 이제 착공 준비로 바쁜 하루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Comments

Categ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