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공기] 공정표, 현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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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공기] 공정표, 현장 소장

4 장지훈 0 371 09.26 18:21

계약 후 착공 전후 시공사로부터 ‘공정표’를 받게 됩니다.

 

말 그대로 프로젝트의 전체 공정을 시간 순서에 맞게 시각적으로 정리한 표로, 착공부터 준공까지의 작업(Task) 순서, 소요 기간, 관계(선후·병행)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현하며, 주요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체 일정 관리: 언제 어떤 작업을 시작/완료해야 하는지 파악
  • 자원 관리: 인력, 장비, 자재 투입 시기 조정
  • 리스크 관리: 일정 지연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고 대응
  • 의사소통: 발주자, 시공사, 협력업체 간의 공통 일정 기준 제공

일정 관리(도구)는 프로젝트, 시공 관리(PM. CM) 에서 필수적이지만, 소규모 현장에서 제출되는 공정표는 대체로 형식적인 경우가 많거나, 이러한 내용, 목적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작업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정표는 외형상 작업, 작업 순서의 연속성으로 표현되지만, 작업과 작업 순서 이면에는 품질, 서비스는 물론 시공 과정의 많은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특히, 변동성이 많은 현장에서 일정 관리는 단순히 순서만의 문제가 아닌, 체계성에 대한 하나의 도구이자 지표입니다.

 

무엇보다 건축주는 현장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물리적인 이유로 일주일에 한번 정도밖에 방문할 수 없지만, 사실 일주일에 한번 방문으로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는 감리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합니다.

 

일정표와 일정표를 기준으로 관계된 현장의 구체적 사항들에 대해 실시간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건축주, 감리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공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종종 시공사 사장은 (일 잘한다고) 표창을 받지만, 그 회사의 현장은 하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현장과 데스크, 현장과 사실의 괴리감 문제 입니다. 하도급 중심 관행 (심지어 현장 소장조차 하도급인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과 이로 인한 전문성, 혁신성의 부재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공정표의 최우선 요건은 실재 현장과 ‘실시간 동기화’ 여부입니다.

 

또한, 공정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자 현재에 대한 실재 상황이며 과거에 대한 아카이브입니다.

 

공정표라는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도구를 통해 현장 주체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프로세스 구현 도구이며, 건축주 및 관계자들과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근간입니다.

 

공정표 비온후풍경.png

 

위 공정표는 비온후풍경에서 운영 중인 ‘설계-시공 통합 플랫품 B+D&C 네오’ 중 일정 관리 부분입니다.

노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오피스 일정과 현장 일정이 통합되어 있으며, 담당 주체가 일정 등 해당 내용을 수정하면 자동 실시간 알람 (슬랙)을 통해 변경 사항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축주분께도 일부 필터처리 한 후 동일한 링크를 공유하고 있으며, 현장 사진, 견적서, 현금출납대장 등 필요한 정보에 대한 링크도 공유 중입니다. 건축주든 스텝이든 누구든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공정 견적서 기준으로 현재 공정 단계(율), 기성 집행(율) 현황과 같은 정보는 공유된 링크 주소만 알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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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규모 건축물 시장에서 현장 소장의 유형을 ‘스마트형 현장 소장’, ‘퍼포먼스형 현장 소장’, ‘기타’로 구분합니다.

 

스마트형 현장 소장은 소위 미래지향적인 유형이고, 퍼포먼스형 현장 소장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현장 소장의 전문성을 갖춘 유형이며, 기타는 기준 미달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이며 개인에 대한 비난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냉정한 현실 판단은 소규모 건축물 시장에서 전문성을 갖춘 현장소장과 기타의 비율은 1:9 정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월 400만원짜리 현장 소장 7개월 노무비는 2,800만원, 월 600만원짜리 현장 소장 7개월 노무비는 4,200만원, 50평 단독주택 건축비 평당 1,000만원이면 5억, 월 400만원짜리 소장은 건축비 중 평당 56만원, 600만원짜리 소장은 평당 84만원에 해당하며, 각각 공사비 대비 5.6%, 8.4% 입니다. 경비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 비중인 셈입니다.

 

문제는 (400만원이든 600만원이든) 현장 소장 포지션의 생산성은 대세 우하향이란 점입니다. 각 개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함이 아니라, 노무비 상승폭이 대세 우상향 속에 전문성은 그대로이거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감소하고 있단 의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GDP가 높아질 수록 어쩜 당연한 현상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장인은 없습니다. (나쁜 뜻이 아님) 요즘 시대에 장인의 존재가 성립할 수 있다는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더불어 현장은 장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체계성을 갖춘 기술자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무엇보다 위와 같은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이 체계에 적응?할 수 있는 현장 소장 혹은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현장 소장은 (개인적 경험상)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시 말해 관행적 행위를 영위하고자 하는 경향이 대부분이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개선의 의지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입니다.

 

여전히 현장 소장의 전문성을 과거의 노동 집약적 행위에 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능과 기술을 구분하지 못하며, 기능적 품질과 서비스 품질의 구분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고, 무엇보다 소통의 중요성, 이를 근간하여 프로젝트 전체적인 생산성 등에 대한 생각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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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후풍경은 오래 전부터 현장에 현장 소장이란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있으며, 5개의 협회 인증 주택 모두 현장 소장 없이 진행헀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늘 현장에 상주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체계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현장 소장은 내용적, 비용적 측면 모두에서 득보다 실이 많기에, 소위 현장 소장 업무를 플랫폼 기반에서 스텝, 전문 기술자, 프로젝트 관리자가 나누어 책임을 지고 있는 개념입니다. 실재 비용 역시 현장 소장 비용보다 절감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무조건 옳다라기 보다 엄중한 현실 속에서 하나의 대안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점은 관행을 답습하는 전형적인 행위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는 것은 매우 힘든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시장에서 대체로 시공사에 대한 우호적인 의견보다 비판적인 의견이 많은 것은 이러한 원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시공사 스스로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가치 창출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과거와 달리 소규모 건축물 시장에서 시공사의 수익 구조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소규모 건축물 위주의 시공사가 영세할 수밖에 없는 것은 피치 못할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 및 품질이 영세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품종 소량 생산 트렌드 및 시장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패시브 기술 역시 건축의 범주 속에서 건축적 체계의 연장선 속에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건축적 체계와 무관하게 패시브 기술만 지향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패시브 기술 자체가 서비스와 품질을 의미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이러한 양질의 가치가 건축적 범주에서 서비스와 품질이란 가치와 융합될 수 있을 때,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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