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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와 한판 싸운 이야기(끝)
G 지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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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23:26
●상자 하나에 깐족마공 일발 ㅡ 애먼 공무원과 납세자인 국민이 흘렸거나 흘려야 하는 값 없는 땀방울에 대한 소심한 복수
우리도 안보는 계산서를 감사에서는 보나봐?
그러게요.
테이프도 안 뜯어져 있네용.
안 보신 모양이에요.
우리 삽질한거 맞지?
그런거 같네요.
이런게 행정력 낭비 아니냐?
그렇죠
행정과잉은 뭐다?
국민의 고통.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어쭈? 잘 받는데? 너 궁문과냐?
아녀.. 경영학과...
(째려보기 시작했다. 수위를 좀 높이자...)
조사의 3대 원칙은?
신속 정확 핵심이요
감사의 원칙은 뭘까요?
저는 몰라요
저인망식 싹쓸이 어로작업 아닐까요?
이봐! 당신들 뭘 그리 지껄여?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지껄이다니요? 말씀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십니까?
여기 감사장이야!
감사장인건 아는데요.. 감사 시작 전 아닙니까?
당신 소속과 직급, 이름이 뭐야?
법인 1계 세무주사보 지배철입니다.
당신 징계 먹고 싶어?
징계요? 먹일 수 있으시면 먹여 주시죠? 상은 먹어 봤어도 징계는 못먹어봤습니다.
(저 멀리서 지켜보던 저승사자 대장)
어이 젊은 친구! 그만하고.. 그 서류나 치우시오.
네. 알겠습니다.
감사총평시간에 감사받는 태도가 불량한 직원이 있어 유감이라는 언급이 있었데나 뭐래나..ㅋㅋㅋ
●줄줄이 면담
계장... 댁은 서장님과의 면담 이후 옥상에서 최종적으로 결산 보는 것으로...
과장님... 혈압 높으신 것으로 아는데 릴렉스하셔요... 붉으락 푸르락...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내일은 졸도하시겠네...
서장님... 무언가를 보고 계신다. 내 인사기록카드겠지... 앉게. 아닙니다. 서 있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서 송구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승진이 코 앞인데 조심해야지. 죄송합니다. 감사 받느라 고생 많은거 알고 있어요. 그럼 나가서 일 봐요. 빙긋이 웃으시며 등까지 두드려 주신다. 서장님, 긴히 드릴 말씀이...
●다시 지하세계로
원위치! 원위치! 얼른 서고정리 합시다.
선배님! 어떻게 됐어요?
뭐가요?
아잉~ 빨리요~
어울리지 않게 웬 교태냐?
옷 벗기는 수준에서 만족하렵니다...
내일부터 계 분위기 좋아질 거에요.
계장 지금 조퇴했어요.
병가 내고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제가요 ㅋㅋ
확 그냥 콩밥을 먹이시지...
너님 신규치고는 많이 극악해졌다?
다 선배님한테 보고 배워서 ㅋㅋ
내가 순진한 청년을 타락시켰구나 ㅋㅋ
아니요. 레벨업시켜 주신 거에요 ㅋ
누누이 말하지만 너님은 7급 레벨업!
●옥상의 저승사자 ㅡ 네 목숨은 너의 늦둥이가 살렸나니 늦둥이만은 옳바른 청년으로 키우거라.
이거 보시죠.
그게 뭔데?
사직서를 의미할 것입니다.
선택권을 드립니다.
콩밥이냐 옷 벗느냐.
기한은 이달 말까지.
늦둥이 잘 키우세요.
얼굴은 못 봤지만
말씀대로 착하고 똑똑한 소년이겠죠?
안색이 안 좋으시네요.
조퇴하시고 월말까지 병가 내세요.
당신 얼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후일담
<계장>
재수없어서 생각하지 않으려 했더니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면상은 또렸하게 기억합니다. 이 무슨 조화인지 인간의 뇌란...
그 인간 퇴직확정 후, 확인서 고발장 관련서류 모두 태웠는데요. 지금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역사의 귀중한 기초사료일 수도 있었는데...
<이형사>
어리버리 귀욤귀욤하던 친구
저도 신규 때 그랬었나 싶기도 하고...
다음 해에 행정직 7급 합격했습니다.
타 부처로 이동해서 3급 부이사관까지
지금은 산하기관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자네도 이젠 퇴직이 멀지 않았다.
소주 한잔하며 옛이야기를 안주삼아 낄낄거리자.
<서장님>
긴급보고 드렸을 때
한치의 망설임 없이 법의 처분에 맡기라던 분
당신의 인사상 불이익도 꺼리지 않은 분
제가 알아서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고개만 끄덕이시던 분
옆에만 있어도 인자함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분
조선시대 제대로 된 선비 같은 분
서기보에서 출발해서 1급 관리관까지 오르신 분
부하직원들 일할 맛 나게 해주시는 분
청장님!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