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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 취업을 하고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세상 겁 날 것 없는 혈기왕성할 때 일입니다.
만년 지각쟁이였던 저를 보면 정문 경비아저씨가 슬슬 피하기도 했었죠.
지각사원은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들어가야 했는데 그거 적어라고 하는 경비원 아저씨는 저한테 담배 한대씩은 적선을 해야 했어니까요^^
사규상?(본건 아니고 듣기로) 일년에 지각 세번이면 근태불량으로 승진심사에 누락된다고 알고들 있었기에 불쌍한 인생이 청하는 담배한대 적선을 인간적으로 뿌리칠 수는 없었겠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인사부 반성문 담당 여직원도 받다받다 지쳐서 그냥 알아서 앞에 낸거 복사하겠다고 할 정도였지요.
일은 열심히 했습니다.
밤 12시가 되면 모든 사무실 직원이 퇴거해야 했는데 매일 그렇게 경비원에게 쫓겨났을 정도로 죽자살자 했거든요.
집에 가서도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왜 빨리 해가 뜨지 않느냐고요.
근데 아침에는 작정하고 일찍 가려고 해도 배탈이 나도 나서 지각하기를 반복했죠.
한 사년쯤 되었을 때 인사부장님 면담신청을 했습니다.
안건은?
월급이 적어니 이것 받고는 일 더 못하겠다는 것이었죠.
어디나 그렇겠지만 대기업의 인사부장쯤 되면 내공이 상당하다고 봐야죠.
속으로야 열불이 났겟지만 인상한번 쓰지 않으시고 웃는 낯으로
"자네야 더 받을 자격이 있지. 내가 잘 알어(그 분이 절 알리가 없죠 직원이 몇 만명인 회사에서) 그렇지만 자네도 생각을 해보게. 그룹에는 기수별 임금기준이라게 정해져서 내려오잖나. 그룹이라고 자기 회사원 임금 마음대로 줄 수도 없어, 매년 청와대에서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이 내려오는 건 자네도 잘 알잖아. 섭섭해도 자네가 참게. 내 재량권 밖의 일이라 나도 어쩔 수 없어"
명답을 내려 주셨죠.
제가 그렇다고 물러날 인간이 아니었죠.
회사 사규집을 뒤져보니 사원이 사장님 면담신청할 수 있는 규정이 있더군요.
바로 신청했죠.
그런 사규는 아마 거의 모든 회사에 보기 좋으라고 약방의 감초처럼 한 줄씩은 들어가 있었겠지만 간이 배밖에 나온 놈이 없었을 것이기에 짐작키로 해방 후로는 제가 처음 쓰봤을 겁니다.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인사부장에게 제 일하는 거에 비하면 월급이 적어니 월급 올려달라고 했는데 그룹의 방침이 어떠니 청와대 지침이 어떠니 하시는데 근로계약이란 것도 계약이라면 계약인데 양쪽의 배짱이 맞아야 하는거지 이건 너무 일방적이라 생각되어 사장님께 직접 항의하러 왔습니다"
솔직히 바로 짤릴 줄 알았습니다.
그땐 무슨 똥 배짱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한창 혈기왕성할 때라 짤릴 땐 짤리더라도 할말은 하고 짤리겠다. 뭐 그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세상물정 모르고 설치던 때죠.
어라!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이 양반 한참 따분하던 차에 희안한 놈이 사고치고 있는게 흥미가 발동하신 모양입니다.
인사부장 불려오고 기획실장 불려오고 이어 기획실 차장 불려오고 직속상관이셨던 조상무님 불려오고...
"야가 지금 하는 소리가 뭔 얘긴지 당췌 알아먹을 수가 없어야? 야가 시방 월급 더 달라고 하는데 이거 말이 되는 소리여? 조상무, 기획실장 말들해봐, 야가 시방 뭐라는겨?"
그날 사장실에 불려오신 높으신 분들 골때리는 놈 덕분에 간만에 지루하지 않은 오후를 보냈더랬지요.
결과는?
이노무시키는 앞뒤 안 가리고 들이받고 있고, 사장님 실실 웃어시고 불려오신 분들 식은 땀 줄줄 흘리시고...
이리지리 따져보면,
할 말을 하긴 한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전례가 없는 경우라...
ㅎㅎㅎ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요.
요즘 새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는 그런 당돌함? 똘아이끼? 는 허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표준화된 우수함의 기준, 옳바른 처신의 기준, 더 경직된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 문화...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뭐 그 때에도 저 데불고 있었던 상관님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똘아이 때문에 팔자에 없는 생고생들을 하셨죠.
타 부서 직장이랑 삽자루 들고 대판 붙었다가 둘다 경찰서 달려들어가고, 노조에서 들고 일어나고, 인사위원회 회부되고, 노조위원장 찾아가서 단판짓고, 그 난리를 치고서도 나중에 형 동생하며 막걸리 돌리고...심심할 날이 없었어니까요.
그래도 욕을 해대고 술잔이 날아다니고, 입으로는 저 놈의 똘아이쉐키 하시면서도 밖으로는 감싸고 도는 여유 정도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내 밑으로 온 놈이면 내 사람이다.
그런 문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필요한 놈 데려다가 필요한 만큼 쓴다.
그런 건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겠죠.
ㅋㅋㅋ 간만 봄 바람에 멋진 수필 한편을 즐겼습니다.
ifree님이 뻔질나게 딴짓하면서 잘 살고 있는 거 보면... 이놈 월급 더 줄수 있는 자리로 보내 !!
본문보다 더 재밋는 드라마가 있답니다.
그 시절의 조직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요거는 댓글 카운트에서 제외입니다요^^
그래도 규칙 위반은 아니니까.
위에 그날의 후기를 따로 달지요.
고맙습니다.^^
굳히기 댓글입니다 ^^
아무 생각없이 들어왔다가 바로 그날의 후기로 달려갑니다